헤그세스가 ‘모범 동맹’이라 칭송한 한국이 어떻게 보복 명단에 올랐나
· 독일·스페인 이어 한국으로 확대된 동맹 압박 범위
· 전직 관료들 ‘동맹 약화·적대국 고무’ 비판 잇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계기로 동맹국 압박 범위를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확대하는 가운데, 한국이 그 최신 표적으로 지목됐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18일(현지시간)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 규모 축소 지시가 이란 전쟁 지원에 소극적인 한국에 대한 보복 성격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 축소 통보받아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lchi Freedom Shield, UFS) 규모를 줄이도록 지시했다. 악시오스는 이 훈련에 대해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에 맞서 지난 반세기 동안 워싱턴과 서울을 결속시키는 억지 체제의 핵심축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을지 자유의 방패는 한미 양국이 매년 실시해 온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으로, 대북 억지력의 실질적 근간으로 기능해 왔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향해 이란 전쟁 관련 군사 지원 부재를 공개 비판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한국 정부의 공식 반응이나 한미 당국 간 사전 협의 여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모범 동맹이 가장 놀라운 희생양으로” — 악시오스
악시오스는 18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모범적인 동맹국으로 칭송했던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 캠페인의 가장 최근이자 가장 놀라운 희생양이 됐다”고 보도했다. 헤그세스 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한국을 ‘모범 동맹’으로 거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이 연합훈련 축소 압박을 받게 된 역설적 상황을 짚은 것이다.
USA투데이도 같은 날 “한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을 시작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지원 축소를 통해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한 일련의 동맹국 중 최신 사례”라고 보도했다. 영국·이탈리아·스페인이 이란 전쟁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트럼프의 비판을 받은 사례도 함께 제시됐다.
트럼프 발언: “쉬운 작전도 돕지 않는 나라를 보호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한국을 직접 겨냥한 발언을 내놨다. “이란에서 매우 쉬운 군사작전을 두고도 우리를 돕지 않는다. 정말 이상하다”고 말했고, “우리도 모든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보호해줄 수는 없다. 특히 그들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이란 전쟁 협력 여부를 동맹 유지의 조건으로 삼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안보 동맹과 개별 현안 협력을 연계하는 방식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 반복되면서, 전통적 동맹 운용 방식과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독일·스페인이 선례 — 유럽에서 시작된 동맹 균열
한국보다 앞서 이란 전쟁과 관련해 트럼프의 압박을 받은 동맹국들이 있다. 독일의 경우,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트럼프의 이란 전쟁을 공개 비판한 뒤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감축이라는 조치를 당했다. 스페인 정부는 이란 공습을 위한 미군 기지 사용 요청을 거부한 이후 트럼프로부터 무역 단절 위협을 받았다.
악시오스는 트럼프가 이란 전쟁 이후 주로 유럽 동맹국들을 압박해왔으나, 최근 들어 그 범위를 한국과 중동 파트너들로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별 보복 양상은 아래와 같다.
| 국가 | 트럼프 압박 이유 | 보복 조치 |
|---|---|---|
| 독일 | 메르츠 총리의 이란전 공개 비판 | 주둔 미군 5,000명 감축 |
| 스페인 | 이란 공습용 미군기지 사용 거부 | 무역 단절 위협 |
| 한국 | 이란전 군사 지원 불참 |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 축소 |
| 오만 | 이란과 호르무즈 협상 시도 | 폭격 위협 |
한국에 이어 오만까지 — 위협 범위 중동으로 확산
이번에 새롭게 트럼프의 표적이 된 나라에는 오만도 포함됐다. 오만은 이란과의 협상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려 한 것이 알려지면서 트럼프의 경고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오만이 이란과의 합의에 방해가 된다면 오만을 폭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압박 범위는 유럽 주요국에서 동아시아(한국), 중동(오만)으로까지 확대된 양상이다. 다카이치 전 총리의 야스쿠니 요배가 주목받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 지형이 미국의 이란 전쟁 여파와 맞물려 복잡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전직 관료들 잇단 비판: “북한·중국만 이롭게 한다”
한미연합훈련 축소 결정에 대해 미국 전직 고위 관료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유럽 담당 차관보를 지낸 댄 프라이드는 AP통신에 “미국의 국익을 찾을 수 없다”며 “한국과 일본을 약화시키고 대만을 공포에 떨게 하며, 나토(NATO)를 불안하게 하고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을 대담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역임한 대니 러셀은 “이보다 더 나쁠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려운 범주에 속한다”며 “비극적일 정도로 앞뒤가 뒤바뀐 결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을 벌주는 동시에 적대국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이자 전 해군 제독인 마크 몽고메리도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대통령이 동맹인 한국을 징벌하려는 의도를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갖고 북한에 손을 내미는 것은 혼란스럽고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런 무지개 끝에 노벨상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대체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악시오스 분석: “파트너들에게 홀로 서는 법을 가르치는 미국”
악시오스는 이번 사태를 종합해 주목할 만한 진단을 내놨다. “미국 동맹국들에 대한 트럼프의 분노를 부추기는 바로 그 전쟁이, 미국의 하드파워(군사력)의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며 “트럼프는 미국의 파트너 국가들에게 필요할 때 미국이 곁에 없을 수도 있는 세상에 대비하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진단은 단순한 외교적 마찰을 넘어, 동맹 체제의 신뢰성 자체에 대한 구조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파트너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미국 내에서도 거론되고 있다.
향후 쟁점: 한반도 억지력 공백 우려
한미연합훈련은 대북 억지력의 핵심 수단으로, 이번 축소 결정이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훈련 규모와 내용이 어느 정도로 조정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전직 관료들은 훈련 축소가 북한과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해명은 현재까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한국 정부의 외교적 대응 방향과 한미 당국 간 협의 경과가 향후 핵심 변수로 부상한다. 이란 전쟁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동맹 압박의 강도와 범위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출처: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