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생애최초 매수 5년 만에 최다: 2030이 외곽 택한 이유

‘나만 집 못 살라’…2030의 불안이 서울 외곽을 바꾼다

· 7월 서울 생애최초 매수 7552건, 2020년 이후 최고치 기록
· 20·30대 주도, 은평·노원·강서 등 외곽 지역에 수요 집중
· 전세난·대출 규제 맞물려 ‘포모 매수’ 현실화

생애최초 주택 매수를 선택한 서울 시민이 5년여 만에 가장 많아졌다. 지난달 서울에서 처음으로 집합건물(아파트·연립·오피스텔 등)을 매수한 건수는 7552건으로, 202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직방이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20·30대를 중심으로 가격 접근성이 높은 외곽 중저가 지역에 수요가 쏠렸으며, 전세난과 대출 규제 강화가 실수요자들의 매수 결정을 앞당긴 것으로 분석된다.

7552건, 2020년 이후 최고치

7월 서울 집합건물 생애최초 매수 건수는 7552건이다. 6월(7210건)보다 4.7% 많은 수치다. 통상 봄 계약의 등기 시차, 재산세 과세기준일(6월 1일) 이후로 잔금을 정하려는 관행 등으로 6월 대비 7월 등기 건수가 늘어나는 해가 많다. 계절적 요인이 일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올해 7월은 수준 자체가 다르다.

2020~2025년 7월 평균(5158건)과 비교하면 46%가량 많다. 올해 들어 실수요자들의 매매시장 유입이 활발해지며 생애최초 매수가 우상향 곡선을 그려온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거주 의무 강화, 전세 매물 감소, 빠른 월세 전환에 따른 주거비 부담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임차에서 매수로 전환하는 유인이 커졌다는 것이다.

20·30대가 이끈 증가세, 50·60대는 줄었다

연령대별로 나누면 20~30대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20대 생애최초 매수는 6월 765건에서 7월 887건으로 16.0% 늘었고, 30대는 3979건에서 4300건으로 8.1% 증가했다. 전체 생애최초 매수에서 20대 비중은 10.6%에서 11.8%로, 30대 비중은 55.2%에서 57.0%로 각각 상승했다.

반면 50대와 60대 매수는 줄었다. 7월 증가분은 사실상 젊은 실수요층이 주도한 셈이다. 이들 세대에서 대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대출 조건이 더 바뀌기 전에 잔금을 치르려는 ‘당김 효과’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대출 총량 관리 기조에 따라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잔금 일정을 당기는 등 수요의 당김 효과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생애최초로 주택을 매수하는 20·30대는 대출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기업 고용 시장에서도 30세 이하 채용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취업 환경과 주거 비용 양쪽에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2030세대의 매수 심리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두 달 만에 비중 배로 커진 은평구

지역별로는 은평구가 단연 눈에 띈다. 7월 은평구 생애최초 매수는 841건으로 서울 전체의 11.1%를 차지했다. 5월 5.9%에서 6월 8.7%, 7월 11.1%로 불과 두 달 만에 비중이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배경으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 재개발을 통해 조성된 준신축 대단지, 교통망 접근성 등이 꼽힌다. 서울 도심과의 연결성을 유지하면서도 신축 수준의 주거 환경을 비교적 낮은 비용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생애최초 매수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평구의 비중 확대 속도는 특정 단지 입주 효과보다 서울 전역에서 외곽으로 향하는 실수요 흐름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외곽 중저가 지역에 집중된 수요 지도

은평구 다음으로 노원구(8.0%)강서구(7.0%)가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이어 송파구(6.1%), 성북·구로구(각 5.5%), 동대문구(5.3%), 중랑구(4.4%) 순이었다. 강남 3구 대신 진입 장벽이 낮으면서도 서울 안에 위치한 지역들이 생애최초 매수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지하철망 접근성, 준신축 또는 재개발 공급,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단위 가격이다. 처음 집을 사는 2030 입장에서 대출과 자기자본을 현실적으로 맞출 수 있는 선택지가 이들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 지역이 아니면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없다’는 인식이 수요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세난·월세화·대출 규제, 세 압박이 동시에 작용하다

실수요자들이 외곽으로 몰린 배경에는 임대차 시장의 구조 변화가 있다.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 전환이 빨라지면서 주거비 부담이 높아졌다. 실거주 의무 강화까지 겹쳐 매매 전환 유인이 커졌다. 전세를 유지하거나 월세로 이사하는 것보다 매수를 선택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낫다는 판단이 퍼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임대차시장 불안, 대출 제한, 주거비 상승이 겹치며 불안감을 느낀 30대의 ‘포모'(소외 공포감) 수요가 이들 지역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가 역설적으로 조기 매수를 유도했다는 해석도 있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들어서면서, 조건이 더 나빠지기 전에 잔금을 치르려는 수요가 7월 등기 건수 집중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출 문이 좁아질수록 당장 살 여력이 되는 사람이 빠르게 움직이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생애최초 매수가 집중된 외곽, 집값도 뛰었다

매수세 유입과 함께 이들 외곽 지역의 집값도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성북구가 1.73% 상승해 서울 전체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자치구 7월 집값 상승률(한국부동산원)
성북구 1.73%
노원구 1.64%
중랑구 1.35%
구로구 1.33%
강동구 1.29%
영등포구 1.27%

생애최초 매수 비중이 높았던 노원·성북·구로·중랑구가 집값 상승률 상위권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실수요 유입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서울 외곽 지역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생애최초 매수자들이 ‘진입 가능한 외곽’을 택해 들어오면서, 해당 지역의 가격 수준 자체가 끌어올려지는 흐름이다.

향후 흐름의 변수: 대출 정책과 임대차 시장

이 흐름이 지속될지는 두 축에 달려 있다. 시중은행들의 대출 총량 관리 기조가 유지된다면 생애최초 매수 여건은 추가로 제한될 수 있다. 대출 한도가 줄거나 금리가 오를 경우 외곽 지역이라도 실질 부담이 커진다.

반면 전세 매물 감소나 월세 상승이 이어진다면 매수 전환 유인은 더 강해질 수 있다. 대출 규제 속에서도 주거비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이 이어지는 한, 2030세대의 외곽 생애최초 매수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어느 변수가 먼저 변하느냐에 따라 하반기 실수요 흐름의 방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출처: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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