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버스를 막아선 배우, ‘몸매 자랑’으로 왜곡됐다
· BJP 의원, 여성 시위자를 ‘하수구 세대’라 부르며 비난에 가세
· 모디 총리는 여성에게만 ‘문화적 충격’ 발언해 이중 잣대 지적
인도 뭄바이에서 활동하는 모델 겸 배우 리야 아히르(27)는 지난달 경찰 버스를 한 손으로 막아선 사진 한 장으로 갑작스러운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증오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아히르를 포함한 인도 Z세대 시위 참가 여성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집중적인 성희롱과 허위 정보 유포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경찰 버스를 막아선 한 장의 사진
아히르가 처음 주목받은 것은 용기 있는 행동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Z세대 정치운동 단체인 ‘바퀴벌레국민당'(CJP)의 대규모 시위에 참여했다가 구금된 시위대를 태운 경찰 버스를 당당하게 한 손으로 막아선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그 사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졌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주목이 찾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NYT에 아히르는 “증오가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시위 당시 옷차림과 엉덩이를 다소 뒤로 뺀 자세가 온라인 공격의 빌미가 됐습니다.
“몸매 자랑”이라는 비난, 그리고 허위 정보 유포
온라인 공격은 외모와 자세 비난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히르가 인스타그램에서 149루피(약 2,200원)를 받고 성적 콘텐츠를 판매한다는 허위 정보가 유포됐습니다. NYT는 이 같은 행위가 힌두 민족주의 사상을 주창하는 익명 계정들에 의해 벌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아히르는 또 “‘너를 산산조각 내버리겠다’고 말하는 사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공격은 계속됐습니다.
가족까지 겨냥한 경찰의 압박
온라인 공격과 별개로, 시위 참가자들은 현실 공간에서도 압박을 받았습니다. 델리에서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 운동가 다니시 알리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인도 경찰관들은 그의 친척 집에 직접 찾아가 “수사하고 있다”고 말하거나, 그의 아버지에게 전화해 “딸이 학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압박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시위 참가 여성 본인에 대한 온라인 공격에 더해, 가족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까지 동원된 셈입니다. NYT는 이를 인도 여성 활동가들이 남성 참가자와 달리 추가로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라고 짚었습니다.
BJP 의원 칸가나 라나우트의 ‘하수구 세대’ 발언
집권 여당 인도국민당(BJP) 소속 국회의원 칸가나 라나우트도 논란에 가세했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힌두 민족주의 성향 정당의 의원인 라나우트는 이른바 서구화된 젊은 인도 여성들을 ‘하수구 세대’라고 지칭하며 “사회에 기여할 게 아무것도 없고 주부가 되기에도 부적합하다”고 비난했습니다.
라나우트 자신도 배우 출신으로 현재 정계에 입문한 인물입니다. 이 발언은 인도 안팎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여성 시위대를 향한 정치권의 적대적 시선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모디 총리의 선택적 발언과 이중 잣대 논란
모디 총리도 여성 시위자들의 욕설을 직접 거론하며 “이 나라의 딸들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문화적 충격”이라고 발언했습니다. 그러나 동일한 시위 현장에서 함께 구호를 외친 젊은 남성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 항목 | 여성 시위 참가자 | 남성 시위 참가자 |
|---|---|---|
| 온라인 공격 | 외모 비난, 허위 성적 정보 유포 | 해당 보도 없음 |
| 가족 압박 | 친척·부모에게 경찰 직접 압박 | 해당 보도 없음 |
| 정치인 발언 | 모디 ‘문화적 충격’, 라나우트 ‘하수구 세대’ | 별도 언급 없음 |
NYT는 이 점을 짚으며, Z세대 시위 참가자 가운데 유독 여성을 향한 공격이 집중되는 이유로 인도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가부장적 여성 차별 의식을 들었습니다.
CJP 시위의 배경: NEET 시험 유출과 대법원장 발언
CJP가 결성된 계기는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수리야 칸트 인도 대법원장이 실업 상태의 젊은이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한 발언이 알려지면서 청년들의 분노에 불이 붙었습니다. 단체 명칭 ‘바퀴벌레국민당’은 이 발언을 역이용한 것입니다.
이후 전국 의과대학 학부 입학 자격시험인 NEET(전국 의대 입학 자격시험)의 문제 유출 의혹이 불거지면서 불공정에 대한 분노가 한층 확산됐습니다. CJP는 수도 뉴델리에서 두 달 가까이 시위를 주도한 끝에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이끌어냈습니다.
가부장적 사회 구조와 여성 운동가의 이중 부담
NYT는 이번 사태를 “가부장적인 인도 사회에서 신념을 지키려는 여성들이 감수해야 하는 추가적 위험”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남성 참가자들과 동일한 공권력의 압박에 더해 온라인 성희롱, 명예훼손성 허위 정보 유포, 가족에 대한 경찰 압박까지 이중으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아히르는 이 같은 공격이 단순히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시위에 참여한 여성 전체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라고 봤습니다. NYT 보도 이후 인도 당국의 공식 입장이나 가해 계정에 대한 플랫폼의 조치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출처: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