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K-조선 각서: ‘첫 2척 본국 건조’ 허용과 MASGA 가속

미국이 존스법 빗장을 풀었다 — K-조선에 무엇이 달라지나

· 트럼프, 미 투자 외국 조선사 초기 2척 본국 건조 허용
· 존스법 한시 완화 — ‘핀란드 모델’ 공식 채택
· 한화그룹 필리조선소 등 K-조선 연착륙 경로 확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조선소를 설립하거나 인수한 외국 기업에 초기 선박 최대 2척의 본국 건조를 허용하는 행정 각서에 서명했다. 이른바 ‘핀란드 모델’로 불리는 이번 조치는 수십 년간 미국 조선업의 보호 장벽이 되어온 존스법의 예외를 공식 인정한 것으로, K-조선 기업의 미국 방산 시장 진입에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상선 5척 대 중국 1,800척 — 위기를 보여주는 숫자

이번 각서의 배경에는 미국 조선업의 극적인 공동화가 있다.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은 “미국에서는 더 이상 배를 만들지 않는다. 한국과 중국에서 수입한다”며 “2022년 미국이 건조한 상선은 고작 5척”이라고 밝혔다. 같은 해 중국이 건조한 상선은 1,800척이다. 단순 수치로 360배 격차다.

중국은 민군 겸용(民軍兼用) 전략 아래 상선 건조 역량을 해군력 팽창의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이 해양 패권을 유지하면서도 선박 건조 능력에서 크게 뒤처진 현실은 미 행정부에 안보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트럼프 각서의 핵심 내용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각서는 미국 내에 조선소를 짓거나 인수한 외국 기업에 한해, 초기 선박 최대 2척을 본국에서 건조하도록 허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기존 존스법이 미국 영해 운항 화물선의 자국 내 건조를 엄격히 의무화해온 데서 한시적 예외를 인정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국방혁신서밋에서 “미국 영토 밖에서 건조된 일부 선박들도 직접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각서는 그 발언의 구체적 실행으로 해석된다.

구분 기존 존스법 트럼프 각서 (핀란드 모델)
건조지 의무 미국 내 건조 엄격 강제 초기 2척에 한해 본국 건조 허용
적용 대상 미국 영해 운항 전 선박 미국 내 조선소 설립·인수 외국 기업
적용 기간 상시 적용 한시적 예외

‘핀란드 모델’이란 무엇인가

‘핀란드 모델’은 자국 조선 역량이 부족한 국가가 외국 기술로 초기 선박을 확보하면서 점진적으로 기술과 인력을 내재화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핀란드가 과거 조선업 재건 과정에서 채택한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숙련 조선 인력을 단기간에 양성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동맹국의 생산 역량을 빌려 선박을 우선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현지화를 추진하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함정 확보가 시급한 미 행정부가 세계 최고 수준의 건조 역량을 갖춘 한국 조선업계에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MASGA 프로젝트: 협력의 틀

이번 각서로 양국이 공동 추진 중인 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 MASGA는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목표로 한국 기업의 기술·자본·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협력 프레임워크다.

한국 조선업계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단기간 자력으로 따라잡기 어려운 영역이다. 미 행정부가 K-조선에 전략적 협력을 타진하는 구조적 이유이기도 하다.

2022년 미국 상선 건조 5척 vs 중국 1,800척 — 이 격차 하나가 트럼프 행정부의 K-조선 협력 선택을 설명하는 핵심 수치다.

한화그룹 필리조선소: 직접 수혜 사례

이번 조치의 직접 수혜 기업으로는 미국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를 인수한 한화그룹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한화는 필리조선소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 진입의 교두보를 마련했지만, 현지 초기 투자 부담과 숙련 인력 부족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번 각서가 허용하는 ‘첫 2척 본국 건조’는 이 과제를 일부 완화하는 효과를 낸다. 한국에서 선박을 완성해 인도하면서 동시에 현지 조선소의 역량을 끌어올릴 시간을 확보하는 구조다. 현지화 이행의 압박을 줄이면서 초기 수익을 확보하는 과도기적 경로가 열린 셈이다.

K-조선이 얻는 세 가지 실질 이점

이번 조치로 K-조선 기업이 얻는 이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 수주 불확실성 완화: 미국 내 조선소 설립 초기 적자 국면에서 한국 내 건조·수익으로 재정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
  • 인력 리스크 분산: 미국 현지 숙련공 부족을 단기간에 해소하지 않아도 계약 이행이 가능해진다.
  • 방산 시장 선점 경로: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및 신규 함정 건조 시장에 합법적으로 접근할 발판이 마련된다.

전망과 남은 과제

이번 조치가 K-조선에 무조건적 호재로만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대 2척’이라는 한도는 시범적 성격이며, 이후 본격적인 현지화 이행 여부에 따라 미국 시장 내 위상이 결정될 전망이다. 존스법은 의회 입법에 기반한 규정인 만큼, 행정 각서만으로 보장되는 예외의 지속성 여부도 변수로 남는다.

K-조선이 이번 기회를 장기 교두보로 삼으려면 현지 인력 양성과 공급망 구축 등 실질적 현지화 이행 속도가 관건이 된다. 한국 조선업계의 미국 방산 시장 진출이 단순 일회성 수주를 넘어 구조적 협력 파트너십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처: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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