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 전세금 날렸다’… BBC가 직접 만난 동학개미들
· 신혼자금·사업자금 투자 개인투자자 수천만원 손실 속출
· 레버리지 과열·FOMO 투자 부작용 실태 외신 집중 조명
BBC, 7월 코스피 폭락 피해 입은 한국 개인투자자 집중 취재
영국 BBC가 13일(현지시간) 지난 7월 한 달간 코스피 역대급 하락장을 겪은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피해 사례를 직접 취재해 보도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동학개미(국내 증시 개인투자자)들의 이야기다. BBC가 이 사안을 집중 조명한 배경에는 코스피의 이례적인 변동성이 있다.
코스피는 지난 6월 중순 9,000포인트를 넘어섰으나 불과 약 5주 만에 5,500포인트 아래로 급락했다. 8월 14일 기준으로는 5일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며 7,000포인트 전후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날 지수는 182.33포인트(2.68%) 오른 6,995.67로 출발해 장중 7,000선을 터치했다.
신혼집 마련 자금으로 기술주 투자했다가 2,000만원 손실
BBC가 취재한 사례 가운데 올해 말 결혼을 앞둔 은행원 김모씨의 상황이 먼저 전해졌다. 그는 신혼집을 마련하는 데 보태려고 했던 자금을 국내 증시 기술주에 투자했다가 7월 한 달 새 2,0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김씨에 따르면 그의 친구들 상당수의 투자 상황도 악화됐으며, 저축한 돈 전부를 투자해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김모씨는 올해 초 회사 보너스의 절반가량을 SK하이닉스 주식에 썼다. 주가는 한때 4배 이상 치솟기도 했으나, 이후 최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현재 잔여 투자금은 3억원이다. 그는 “주식 거래 앱을 보기만 해도 잃어버린 돈이 떠올라 고통스럽다”며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고 BBC에 밝혔다.
퇴직 후 사업자금·보유 현금 전부 투자한 경우도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다 지난해 10월 퇴사한 박모씨는 SK하이닉스에 투자해 현재 약 1,400만원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려고 저축해뒀던 돈인데 이제 자금이 충분할지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주가 반등을 기대하며 계속 보유할 계획이라는 박씨는 “주가가 늘 합리적인 이유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지는 않다. 때로는 도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박모씨는 보유 현금 대부분인 4,500만원을 삼성전자에 투자했다가 “가슴 아픈”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 증시를 믿었던 내가 바보 같았다”며 “이제는 장기로 가야 할 것 같다.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500만원 전망 보고 뛰어든 대학생 — FOMO 투자의 실태
대학생 이모씨의 사례는 투자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시장 분위기에 이끌려 진입한 경우를 보여준다. 그는 상반기 국내 증시의 ‘역대급 불장’에 소외 공포(FOMO·Fear Of Missing Out)를 느끼다 친구들과 함께 SK하이닉스에 투자했다. 당시 시장에는 SK하이닉스가 주당 50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돌았다.
이씨는 주가가 300만원까지 올랐던 지난 6월 말에 팔았어야 했다고 현재 후회하고 있다. 그는 “내 친구들 중에는 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도 없었고, 주식을 사기 전 진지하게 투자 공부를 하지도 않았다”고 BBC에 말했다.
BBC가 취재한 개인투자자 피해 사례 요약
| 투자자 | 투자 종목 | 손실 규모 | 투자 배경 |
|---|---|---|---|
| 은행원 김모씨 | 국내 기술주 | 약 2,000만원 | 신혼집 마련 자금 |
| 직장인 김모씨 | SK하이닉스 | 최고점 대비 약 50%↓ | 회사 보너스 절반 (잔여 3억원) |
| 퇴직자 박모씨 | SK하이닉스 | 약 1,400만원 | 퇴사 후 사업 준비 자금 |
| 직장인 박모씨 | 삼성전자 | 미공개 | 보유 현금 4,500만원 전액 |
| 대학생 이모씨 | SK하이닉스 | 미공개 | FOMO, 친구들과 공동 투자 |
코스피 변동성의 구조적 배경 — AI 열풍과 반도체 편중
전문가들은 최근 코스피가 세계에서 가장 변동성 큰 지수 중 하나로 거론되는 구조적 원인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절대적 비중을 꼽는다. 인공지능(AI) 붐이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주가를 급격히 오르내리게 하면서, 이들 종목에 집중된 코스피의 불안정성도 함께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두 종목의 주가 향방이 곧 지수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구조다.
레버리지 과열: 분석가들이 지적한 핵심 문제
투자 분석가 토비아스 레거는 이번 코스피 급격한 매도세가 수개월간의 급등 이후 발생했으며, 그 과정에서 일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대출을 통해 투자하는 ‘과열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BBC는 특히 고배율 레버리지(지렛대) 투자를 한 개인 투자자들이 이번 급락의 충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닛케이까지 흔드는 코스피 변동성 — 국제 시장 파급
소시에테제네랄의 프랭크 벤짐라 주식전략가는 “다양한 기업들을 포함하는 일본 닛케이225나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코스피 같은 변동성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닛케이지수 등이 코스피의 급격한 변동성과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의 불안정성이 국내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 주요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현재 코스피 상황과 향후 흐름
8월 14일 기준 코스피는 5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6월 최고점(9,000선)과 현재 수준(7,000선) 사이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고점 근처에서 매수한 투자자들의 손실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BBC가 취재한 박모씨처럼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장기 보유를 선택한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자의 경우 주가 회복 전 추가 손실이나 강제 청산(반대매매) 위험이 남아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BBC 보도는 이번 사태가 시장 과열과 FOMO 심리, 준비 없는 시장 진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을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구체적으로 전달했다.
출처: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