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보다 늦게 출발해 첫차보다 먼저 오사카에 닿는다
· 8시간 59분 소요·일반 신칸센 수준 요금, 502석 이틀 만에 완판
· 급등하는 숙박비 절감 수요가 이동+숙박 결합 상품 흥행 이끌어
도카이도 루미에르 익스프레스가 8일 밤 처음 선을 보였다. 도쿄에서 신오사카까지 가장 빠른 열차 ‘노조미’가 2시간 20분대에 주파하는 구간을, 이 특별열차는 8시간 59분에 걸쳐 이동한다. 속도만 놓고 보면 선택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열차지만, 준비된 502석은 판매 시작 이틀 만에 모두 팔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치솟는 숙박비를 아끼려는 여행객을 겨냥한 상품”이라고 규정했다.
오후 10시 도쿄 출발, 다음 날 오전 6시 59분 신오사카 도착
JR도카이는 8일 오후 10시 도쿄역 19번 승강장에서 신칸센 특별열차 도카이도 루미에르 익스프레스를 출발시켰다. 열차는 다음 날 오전 6시 59분 신오사카역에 도착했다. 총 운행 시간은 8시간 59분이다.
정차 순서는 이렇다. 도쿄역 출발 이후 시나가와역과 신요코하마역에 정차해 추가 승객을 태웠다. 도카이도 신칸센의 주요 열차 노조미와 같은 패턴이다. 이어 기후하시마역에 오후 11시 43분 멈췄다. 다음 정차는 이튿날 오전 6시 44분 교토역이었고, 종점 신오사카역에는 오전 6시 59분 도착했다. 기후하시마 정차 이후 교토 도착까지 6시간 이상이 흐른다. 이 구간에서 열차는 저속 운행 또는 장시간 대기 방식으로 시간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승객이 하차할 수 있는 역은 교토역과 신오사카역 두 곳뿐이었다.
일본 철도 전문매체 철도닷컴에 따르면 오후 9시 30분을 넘기자 도카이도 신칸센 승강장에 승객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열차는 출발 10분 전인 오후 9시 50분쯤 19번 승강장에 진입했다.
일반 신칸센 노조미와 비교
| 항목 | 노조미 (일반 신칸센) | 도카이도 루미에르 익스프레스 |
|---|---|---|
| 도쿄→신오사카 소요 시간 | 약 2시간 20분대 | 8시간 59분 |
| 출발 시각 | 이른 아침~저녁 | 오후 10시 (야간) |
| 신오사카 도착 | 당일 | 다음 날 오전 6시 59분 |
| 요금 수준 | 기준가 | 일반 신칸센과 유사 |
| 숙박 대체 여부 | 해당 없음 | 차내 하룻밤 가능 |
502석 이틀 만에 완판…실제 탑승객은 461명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02석이 이틀 만에 모두 팔렸고, 당일에는 461명이 탑승했다”고 전했다. 판매 좌석(502석)과 실제 탑승자(461명) 사이의 차이는 환불이나 미탑승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요금은 일반 신칸센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동 시간이 4배 가까이 길지만 추가 요금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일반 신칸센 요금을 내고 열차 안에서 하룻밤을 해결할 수 있다면, 별도로 숙박비를 지출할 필요가 없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의 숙박비가 빠르게 오르는 추세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비용 절감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막차보다 늦게 출발하고 첫차보다 일찍 도착하는 구조
루미에르 익스프레스의 설계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출발·도착 시각의 배치에 있다. 이 열차는 기존 신오사카행 막차보다 늦게 도쿄를 출발하면서도, 다음 날 신오사카행 첫차보다 먼저 목적지에 도착한다. 이 시간 구간을 활용하면 도쿄에서 저녁 행사를 끝까지 즐기다 열차에 오를 수 있고, 이튿날 이른 아침부터 오사카 일정을 시작할 수 있다.
도쿄의 공연, 축제, 테마파크 등 저녁 늦게 끝나는 행사를 최대한 즐기면서도 당일 오사카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이 열차가 겨냥한 수요층이다. 호텔 예약이라는 별도의 제약도 사라진다. 늦은 시간까지 도쿄 일정을 소화한 뒤 굳이 호텔에 묵지 않고 오사카로 이동하려는 수요를 노린 상품이라는 것이 JR도카이 측의 설명이다.
“철도 팬보다 일반 여행객이 더 많았다”
철도닷컴은 탑승객 구성을 두고 “야행열차 같은 새로운 열차라 철도 팬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용자도 상당수였다”고 전했다. 매체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거나 라이브 공연 등 행사를 보고 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용자 구성을 근거로 철도닷컴은 루미에르 익스프레스의 실제 이용층이 철도 마니아보다는 일반 여행객 쪽에 가까웠다고 분석했다.
닛케이신문도 현장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여행용 캐리어나 보스턴백을 든 여행객, 자녀와 함께 탑승한 가족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도쿄디즈니리조트에서 귀가하던 교토부 거주 여성(33)은 “막차를 걱정하지 않고 폐장 직전의 불꽃놀이까지 즐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고 닛케이신문이 전했다. 디즈니 행사 종료 이후 막차 시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실질적인 이점으로 작용했다는 사례다.
차량은 N700A…창가 좌석만 여행상품으로 판매
이번 운행에 투입된 차량은 도카이도 신칸센 현행 최신형인 N700S가 아닌 한 세대 전 모델 N700A였다. JR도카이 측은 차량 운용상의 사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 모델 사이에는 편의 차이가 존재한다. N700S는 모든 좌석에서 콘센트 이용이 가능한 반면, N700A는 일반석 전 좌석에 콘센트가 설치돼 있지 않다. 장시간 야간 이동에서 충전 가능 여부는 승객 편의와 직결되는 항목이다. 다만 루미에르 익스프레스는 창가 좌석만을 여행상품 형태로 판매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충전 불편은 크지 않았다는 것이 JR도카이의 설명이다.
편성된 16량 가운데 6량은 여성 전용 차량으로 운영됐다. 심야 시간대 단독 탑승 여성 승객을 배려한 조치로, 야간 이동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운영 방침이다.
안내방송에서 들린 ‘내일’이라는 표현
차내 안내방송도 일반 신칸센과 달랐다. 방송은 열차 이름을 직접 언급한 뒤 이렇게 알렸다. “다음 정차역인 기후하시마에는 오후 11시 43분, 교토에는 내일 오전 6시 44분, 종점 신오사카에는 오전 6시 59분 도착한다.” 도카이도 신칸센은 통상 자정을 넘기지 않고 하루 운행을 마친다. ‘내일’이라는 단어는 이 노선의 안내방송에서 좀처럼 들을 수 없는 표현이다.
국민일보는 “이 열차의 가치는 속도가 아닌 출발·도착 시간에 있었다”고 짚었다. ‘내일’이라는 단어 하나가 루미에르 익스프레스와 기존 도카이도 신칸센의 성격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맥락이다.
향후 운행 계획은 미공개…정기화 여부 주목
일본에서는 고도성장기 이후 장거리 야간열차 노선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였다. 신칸센망 확충과 저가항공 보급이 야간 이동 수요를 분산시켜온 결과다. 루미에르 익스프레스는 별도 차량을 신설하지 않고 기존 신칸센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출발·도착 시각만 조정한 구조로, 야간 이동 상품의 새로운 형태로 주목받는다.
첫 운행에서 이틀 만에 매진을 기록하고 철도 마니아 이상으로 일반 여행객과 가족 단위 탑승자가 고루 탑승했다는 점은, JR도카이 측이 확인하려 했던 수요가 실재한다는 결과로 읽힌다. 다만 JR도카이는 현재까지 추가 운행이나 정기편 전환에 관한 구체적 계획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이번 운행이 상품 타당성 검증을 위한 시험적 성격이었는지, 아니면 단발성 기획이었는지는 향후 JR도카이의 발표를 통해 확인될 사안이다.
출처: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