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거래대금 8월 26조 최저: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급락 배경과 반등 변수

살 사람도 팔 사람도 없다, 대형 반도체주에 꽁꽁 얼어붙은 증시

· 8월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 26.2조원, 올해 최저치 기록
· 삼성전자 -12%·SK하이닉스 -17% 급락이 투심 냉각 주도
· 증권가, 미국 물가지수와 주주환원 정책이 반등의 핵심 변수

8월 들어 코스피 시장의 거래가 사실상 멈춰섰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26조2770억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두 자릿수 낙폭을 이어가는 사이 투자자들이 매수도 매도도 주저하는 관망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최저 거래대금, 월별 흐름으로 본 냉각 속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9일 기준) 코스피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6조2770억원이다. 올해 1월 27조560억원에서 출발한 거래대금은 2월부터 4월까지 30조원 안팎을 유지했다. 코스피가 급등한 5월에는 50조2150억원, 6월에는 50조3470억원으로 각각 5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변동성이 확대된 7월에 36조8750억원으로 꺾였고, 이달 들어서는 7월 대비 71.26% 수준까지 추가 감소했다.

거래량도 함께 급감했다. 이달 일평균 거래량은 3억166만7000주로 역시 올해 최저치다. 두 달 전 거래 열기와는 전혀 다른 시장 환경이 형성된 셈이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
1월 27조560억원
2~4월 30조원 안팎
5월 50조2150억원
6월 50조3470억원
7월 36조8750억원
8월(9일 기준) 26조2770억원 (올해 최저)

코스피 5.10% 하락, 사이드카 두 차례 발동

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는 5.10% 하락했다. 낙폭이 가파른 가운데 매도 사이드카가 두 차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주가지수선물 가격이 기준가 대비 일정 비율 이상 급변할 때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중단시키는 장치로, 이달 두 차례 발동은 그만큼 매도세가 단기 집중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수 하락의 구심점은 반도체 대형주였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약세가 전체 지수를 끌어내리는 구조로 작용했다.

삼성전자 -12%·SK하이닉스 -17%…반도체 대형주 동반 급락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12.00%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17.23% 내렸다. 두 종목 모두 두 자릿수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와 주주환원 정책 발표 지연이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피에서 두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 비중이 상당한 만큼, 이른바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합쳐 부르는 시장 용어)의 동반 급락은 지수 전체에 직접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반도체 이외 업종이 선전하더라도 지수 방어가 어려운 구조적 특성이 이번 약세장에서 다시 확인됐다.

피크아웃인가 기대 조정인가: 복합 요인 해부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달 반도체주 약세의 배경에 대해 “AI 투자 사이클 종료보다는 높아진 기대치의 조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적층 우려 ▲서버당 메모리 용량 최적화 우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가이던스(실적 전망) 미충족 ▲주주환원 발표 지연 등 복합 요인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는 AI 서버에 탑재되는 고성능 D램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주요 공급업체다.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되더라도 HBM 기술 고도화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나 서버 구성 최적화에 따른 수요 성장 속도 조정 가능성이 시장 기대를 낮춘 것이다. 이 연구원의 분석대로라면 이는 업황의 구조적 후퇴가 아닌 과열된 기대의 정상화에 해당하지만, 현재로서는 두 가지 해석이 혼재하며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주주환원 정책 지연, 외국인 수급 이탈 가속

투자심리 냉각의 또 다른 직접 원인은 주주환원 정책 발표의 지연이다.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 구체적 주주환원 계획을 기대해왔으나 아직 발표가 이뤄지지 않았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 유입을 위해서는 실적 외에 주주환원 정책 구체화나 상속·증여세 개편 등 제도적 촉매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주환원 정책은 국내 증시의 구조적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도 맞닿아 있는 사안이다. 제도적 변화 없이는 외국인 자금의 지속적 유입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중동 리스크·미국 금리, 겹친 매크로 압력

반도체 자체 이슈 외에도 대외 거시 환경의 악화가 악재로 작용했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갈등 장기화로 원유 수송로 항행이 제한되면서 국제유가가 반등했고, 이에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7% 수준까지 오르는 등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됐다.

금리 상승은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율을 높이기 때문에 기술주·성장주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밸류에이션 논란이 있는 종목일수록 금리 상승 국면에서 투자자의 반응이 민감하다.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과 매크로 악재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가 극대화됐다는 분석이다.

화장품·금융지주 순환매, 지수 반등엔 역부족

반도체주가 약세를 이어가는 사이 일부 자금은 화장품, 금융지주 등 다른 업종으로 이동하는 순환매 흐름이 나타났다. 반도체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거나 실적 기대감이 있는 업종으로 분산된 것이다.

그러나 화장품·금융지주의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이 작아 지수 반등을 이끌지는 못했다. 내수 소비 관련 기업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내더라도 지수 전체를 받쳐들기에는 역부족인 구조다. 코스피가 특정 대형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적 특성이 이번 약세장에서 다시 드러났다.

반등 변수: 다음 주 미국 CPI와 주주환원 발표

증권가는 코스피 단기 반등의 핵심 변수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한다. 외국인 순매수 복귀와 대형주의 주주환원 정책 발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추세적 반등을 위해서는 외국인 순매수 복귀와 빠른 주주환원 정책 발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다음 주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미국 물가지수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여부가 유가, 환율, 외국인 수급 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PI가 예상보다 낮게 발표되면 금리 인하 기대가 살아나며 외국인 자금의 신흥시장 재유입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반대로 물가 상방 서프라이즈가 나올 경우 금리 인상 우려 재점화와 함께 변동성이 추가 확대될 수 있다. 현 국면에서 반도체주의 향방이 기업 실적보다 이 거시 변수에 더 크게 연동돼 있다는 점이 증권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달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 26.2조원은 활황이던 5~6월(50조원 돌파) 대비 절반 수준이다. 삼성전자 -12%·SK하이닉스 -17%의 동반 급락에 복합 악재가 겹친 결과로, 증권가는 다음 주 미국 CPI 발표와 대형주의 주주환원 정책 공표를 단기 반등의 핵심 변수로 지목한다.

출처: 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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