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간 20차례 — 경찰이 ‘동의’로 결론지은 사건, 검찰이 다시 들여다봤다
· 경찰 ‘피해자 동의 성관계’ 판단 → 검찰 보완수사로 ‘위력 범행’ 확인 후 죄명 전환
· 새 죄명 법정형 ‘무기 또는 5년 이상’…경찰 적용 죄명 ‘3년 이상’보다 훨씬 무거워
전북 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가 제자를 약 2개월 동안 20여 차례 간음·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경찰이 ‘피해자 동의 아래 이뤄진 성관계’로 결론 내려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위력에 의한 범행을 확인하고 죄명을 전면 변경해 기소했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동의’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둘러싼 수사기관 간 시각차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구속기소된 교사 A씨, 2개월간 제자 20여 차례 간음·추행
전주지검 군산지청 형사2부(홍지예 부장검사)는 8월 14일, 전북 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 A씨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간음)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최근 2개월간 20여 차례에 걸쳐 제자인 B양을 간음하고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지위, 범행 횟수 등을 고려할 때 범행이 중대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교사와 학생이라는 지위 관계, 2개월간 20여 차례에 달하는 반복성이 중대성 판단의 핵심 근거로 제시됐다.
경찰의 초기 판단: “피해자가 동의한 성관계”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미성년자의제강간은 일정 연령 미만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행위를 피해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강간으로 처벌하는 조항으로,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징역’이다.
경찰의 이 판단 구조에서는 교사로서의 지위나 권한을 이용한 위력·위계의 요소가 별도로 인정되지 않은 셈이었다.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점 등이 ‘동의’ 판단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 보완수사, 위력 범행 확인 후 죄명 전환
검찰은 경찰의 판단에 그치지 않고 보완수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위력에 의한 범행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죄명을 변경해 기소했다. 검찰이 최종 적용한 죄명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간음)으로,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이 죄명 변경은 단순한 형량 상향 조치가 아니다. 보완수사를 통해 교사로서의 지위나 영향력을 이용한 위력·위계 행위가 구체적으로 확인됐다는 의미다. 아청법 위반(위계 등 간음)이 유죄로 인정되려면 공판 과정에서 이 위력·위계가 명확히 입증돼야 한다.
두 죄명, 구성요건과 법정형의 차이
경찰이 적용하려 했던 죄명과 검찰이 최종 기소한 죄명은 구성요건과 법정형 모두에서 차이가 뚜렷하다.
| 항목 | 미성년자의제강간 | 아청법 위반(위계 등 간음) |
|---|---|---|
| 법정형 | 3년 이상의 징역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
| 위력·위계 입증 필요 여부 | 불필요 | 필요 |
| 핵심 구성요건 | 연령 요건 충족 시 성립 | 위력·위계를 이용한 간음 행위 |
| 피해자 의사 여부 | 판단과 무관 | 자유의사 제압 여부가 핵심 |
경찰이 선택한 미성년자의제강간은 피해자의 나이 요건만 충족되면 성립하는 조항이다. 반면 검찰이 적용한 아청법 위반(위계 등 간음)은 교사·지도자 등의 지위를 이용한 위력이나 위계가 실제 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검찰이 이 죄명으로 기소했다는 것은 보완수사에서 그 위력·위계 행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했다는 의미다.
교사-학생 관계에서 ‘동의’는 어떻게 해석되나
이 사건에서 경찰과 검찰의 판단이 갈린 핵심에는 교사-학생 관계 안에서 ‘동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피해자가 외형적으로 거부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지 않았더라도, 교사와 학생이라는 구조적으로 비대칭적인 권력 관계 안에서 그 동의가 진정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것인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 위계 등 간음 조항을 별도로 두는 이유도 이 맥락에 있다. 법적으로 ‘위력’이란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유형·무형의 힘을 의미하며, 교사나 감독자처럼 지도·감독 관계에 있는 경우는 위력의 전형적인 유형으로 법원이 반복적으로 다뤄온 사례 구조다.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절하지 않았더라도, 교사의 지위와 영향력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위력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적 해석 방향이다.
검찰이 경찰의 ‘동의’ 판단을 뒤집고 ‘위력’으로 재규정한 것은, 피해자의 외형적 반응보다 교사-학생 관계의 구조적 맥락을 중심에 놓은 판단으로 해석된다. ‘위계’는 기망이나 착오를 이용하는 경우를 가리키며, 아청법 해당 조항은 위력과 위계 두 경우를 모두 포괄한다.
2개월간 20여 차례, 반복성이 드러내는 것
이 사건의 또 다른 특징은 범행의 반복성이다. 약 2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20여 차례의 간음·추행이 이루어졌다. 검찰이 “범행 횟수”를 중대성 판단의 명시적 근거로 제시한 것도 이와 맥락이 닿아 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서 반복적인 범행은 단순한 양형 가중 사유를 넘어,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인 심리적 지배 관계가 형성됐음을 추정하게 하는 정황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2개월에 걸쳐 20차례 이상 범행이 이어지는 동안 피해자가 관계를 단절하지 못했다면, 그 배경에 교사라는 지위가 미친 영향을 검찰이 보완수사에서 구체적으로 들여다봤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아동·청소년 성범죄 엄정 대응” 방침 확인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선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씨는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만큼, 위력 행사 여부가 법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재판에서는 A씨가 교사로서의 지위나 영향력을 이용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실제로 제압했는지가 핵심 입증 대상이 된다. 경찰과 검찰의 판단이 엇갈렸던 ‘동의’와 ‘위력’의 경계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형량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수사에서 피해자의 외형적 반응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권력 관계의 문제를, 검찰 보완수사가 어떻게 재조명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출처: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