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법무장관 출신이 단상도 못 오른 31일의 기록
· 민주당 24시간 만에 강제 종료…형사소송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 한동훈 ‘역사상 이런 사법 후퇴 없어, 치욕적인 날’ 강력 비판
7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동시에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이 과정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신청했으나 후순위 배정으로 발언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한 채 법안 통과를 지켜봤다. 한 의원은 이날을 “역사상 이런 사법 후퇴가 없었다”며 “치욕적인 날”이라고 표현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문턱 넘다
제437회 국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 수사권과 함께 보완수사권까지 전면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완수사권은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을 때 검사가 추가로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유지해온 수사 권한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무제한 토론은 발언 의원이 교대로 단상에 올라 시간을 지연함으로써 법안 처리를 막는 방식으로, 국회법상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없으면 표결을 강제할 수 없다.
13명 중 12번…한동훈의 필리버스터 신청 배경
이번 필리버스터 신청자는 총 13명이었다. 검사와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의원은 법안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배경을 갖춘 인물로, 정치권에서는 그가 단상에 서면 어떤 법리적 반박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렸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한 의원에게 배정된 순번은 12번째였다. 전체 신청자 13명 가운데 두 번째로 마지막인 순번이다. 6·3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처음 입성한 한 의원은 현재 어느 교섭단체에도 속하지 않은 무소속 신분이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려면 소속 의원이 20명 이상이어야 하며, 무소속 의원은 교섭단체 간 협의 절차에서 참여 기반이 없다.
24시간 만에 막 내린 무제한 토론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만에 토론 종결 동의를 통해 무제한 토론을 강제로 끝냈다. 국회법 제106조의2는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무제한 토론을 종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이 조항을 적용했다.
토론 종결이 의결되면 아직 발언하지 않은 신청자 전원의 발언 기회가 소멸된다. 12번으로 배정된 한동훈 의원은 단상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앞선 발언자들이 시간을 소화하는 동안 한 의원은 본회의장 자리에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뉴시스가 보도했다.
“치욕적인 날”…한동훈의 유감 표명
한 의원은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역사상 이렇게 사법 후퇴가 일어난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법안 통과 자체에 대해서는 “치욕적인 날”이라고 규정했다.
발언 기회가 막힌 데 대해서는 “직접 드릴 말씀이 많았지만 드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의 권리인 보완수사권 폐지의 문제점과 민주당의 사악함과 무능함을 충분히 말했다”고 덧붙이며 대국민 메시지를 이어갔다. 한 의원의 발언에서 ‘무소속’이라는 신분이 순번 배정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는 명시적 언급은 확인되지 않았다.
친한계 “5, 6번은 줄 줄 알았는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한 의원의 순번 배정을 두고 공개적인 아쉬움이 나왔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우재준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1번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간 정도인 5, 6번 순번이라도 넣어줄 줄 알았는데 안 넣어주는 것을 보고 약간 아쉬웠다”고 밝혔다.
우 최고위원의 발언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순번 조율 과정에서 한 의원에게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교섭단체 내 의원들의 발언 순서가 먼저 채워진 뒤 무소속 한 의원의 순번이 결정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소속 의원이 마주하는 교섭단체 장벽
이번 사안은 원내 교섭단체 시스템이 무소속 의원에게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언급된다. 필리버스터 신청 순서는 국회법에 명확한 배분 기준이 규정돼 있지 않아, 교섭단체 간 협의 관행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거대 양당이 먼저 앞 순번을 채우고 나면 무소속 의원이 배정받을 수 있는 공간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린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필리버스터가 전개되는 상황에서, 당적을 갖지 않은 한 의원이 ‘무소속의 설움’을 겪었다는 평가가 친한계 인사들 사이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의사 일정 조율, 상임위 배정, 입법 공조 등 원내 활동 전반에서 무소속 의원이 교섭단체 소속 의원과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문제는 이전부터 지적돼온 사안이기도 하다.
법안 통과 이후 남은 쟁점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검찰 보완수사권은 법적 폐지 수순에 들어섰다. 향후 대통령 공포 및 시행령 정비 절차가 남아 있다. 수사권 재편이 실제 수사 현장에 미치는 영향과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한 검찰의 역할 범위를 둘러싼 논의는 법 시행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의원은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한 만큼, 원내외 다양한 경로를 통해 법안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무소속 신분인 그가 향후 어떤 형태로 원내 활동을 이어가느냐도 주요 관전 포인트로 남는다.
출처: CJB청주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