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닫은 사건, 검찰이 다시 열었다…지적 장애인 착취 일가족의 2억 원 범행
· 기초수급비 횡령·허위 급여 등 피해액 2억 원 이상
· 경찰 불송치→검찰 재수사 요청→평택경찰서 불구속 송치
경기 평택경찰서는 지적 장애인 가족의 활동지원사로 등록해 주택과 토지를 가로채고, 기초생활수급비까지 빼돌린 혐의를 받는 40대 일가족 4명을 19일 준사기·장애인활동지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피해자 측의 고소로 수사가 시작됐으나 경찰이 지난해 11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처분을 내렸던 사건이, 검찰의 재수사 요청을 계기로 법정으로 향하게 됐다.
2023~2024년, 지적 장애인 가족 대상 지속적 범행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가족 관계인 4명은 2023년부터 2024년 사이 경기 평택시에 거주하는 지적 장애 등을 앓는 B씨 가족의 활동지원사로 등록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장애인의 신체 활동, 가사, 사회 참여 등을 돕는 전문 지원 인력으로, 이용자와 높은 신뢰 관계가 전제되는 직군이다.
A씨 일가족은 이 관계를 발판으로 삼았다. 판단 능력이 낮은 B씨 가족을 상대로 주택과 토지를 자신들의 명의로 이전받은 것을 시작으로, 금융 자산을 착취하는 방식의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대상이 제도적 보호가 필요한 취약 계층이라는 점에서, 수사 당국도 사안을 중하게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내용: 재산·수급비·보험·허위 급여 4중 착취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범행은 크게 네 갈래다. 우선 B씨 가족이 거주하던 평택시 팽성읍 소재 주택과 1억 원 상당의 토지를 자신들의 명의로 증여받았다. 피해자의 낮은 판단 능력을 이용해 이전 절차를 밟은 것으로 보이며, 이 행위가 준사기 혐의의 핵심을 이룬다.
재산 편취 외에도 B씨 가족의 기초생활수급비 통장을 직접 관리하면서 1,200여만 원을 임의로 사용했다. 불필요한 보험에 가입시켜 200만 원의 보험료를 피해자 부담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나아가 실제로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도 활동지원사 급여 명목으로 약 1억 원을 부정하게 수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 범행 유형 | 구체적 내용 | 피해 규모 |
|---|---|---|
| 주택·토지 편취 | 피해자 가족 부동산을 자신 명의로 증여 이전 | 1억 원 이상(토지 기준, 주택 별도) |
| 기초수급비 횡령 | 통장 직접 관리 후 임의 사용 | 1,200여만 원 |
| 불필요 보험 가입 | 피해자 부담으로 보험료 처리 | 200만 원 |
| 허위 급여 수령 | 미제공 서비스에 대한 활동지원 급여 부정 청구 | 약 1억 원 |
불송치에서 재수사로: 사건이 뒤집힌 경위
이 사건의 수사 흐름은 단순하지 않았다. 피해자 측의 고소를 접수한 평택경찰서는 수사를 진행했으나, 지난해 11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불송치란 경찰이 수사를 마친 뒤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는 처분으로, 사실상 수사 종결에 해당한다.
이후 검찰이 해당 사건을 검토하고 재수사를 요청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형사소송법은 검찰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 요청에 따라 보강 수사를 진행했고, 새롭게 확보된 범행 정황을 토대로 A씨 등 4명을 전날(19일) 검찰에 송치한 것이다.
현재 불구속 상태로 송치된 만큼,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검찰의 추가 검토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적용 법리: 준사기와 장애인활동지원법 위반의 이중 구성
이번 사건에 적용된 핵심 혐의는 준사기와 장애인활동지원법 위반이다. 준사기는 형법 제348조에 규정된 죄목으로, 피해자의 심신 미약이나 판단력 부족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일반 사기죄와의 차이는 기망, 즉 적극적인 속임 행위의 입증 요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데 있다. 지적 장애인처럼 판단 능력이 저하된 피해자를 상대로 한 재산 이전 행위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어, 유사 사건에서 자주 활용되는 조항이다.
장애인활동지원법 위반은 허위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활동지원 급여를 수령하거나 급여비용을 청구한 경우에 적용된다. A씨 일가족이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약 1억 원의 급여를 청구·수령한 행위가 이 조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제도 허점: 서비스 확인 공백과 통장 관리 문제
장애인 활동지원사 제도는 중증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 생활을 영위하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복지 인프라다. 장애인이 바우처 형태로 급여를 지급받아 활동지원사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제도 실행 과정의 감시 공백이 얼마나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서비스 제공 여부에 대한 실질적 확인이 어렵다는 점이다. 활동지원은 대부분 가정 내부나 지역사회에서 이뤄지는 특성상, 제3자가 실제 서비스 여부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 A씨 일가족이 약 1억 원에 달하는 허위 급여를 수령할 수 있었던 것도 이 허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피해 가족의 기초생활수급비 통장을 활동지원사 일가족이 직접 관리해왔다는 사실도 짚어볼 대목이다. 이용자 또는 법정 후견인이 아닌 외부인이 수급비 통장에 장기간 접근한 상황이 감지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모니터링 체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향후 수사·재판 전망
A씨 등 4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범행 기간이 2023~2024년에 걸쳐 있고 피해 유형이 재산 편취, 수급비 횡령, 허위 급여 청구 등 다양한 만큼, 공소 사실의 구체적 범위와 피해액 산정이 재판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활동지원사가 이용자의 재산과 금융 계좌를 조직적으로 착취하는 방식의 범행이 어떤 법리로 구성되고 어느 수준의 처벌로 귀결되는지에 따라, 향후 유사 사건의 수사 관행과 제도 보완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장애인 권익 옹호 기관들을 중심으로 활동지원 서비스 전반의 사후 관리 체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출처: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