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기차 예약 1840% 늘었는데, 골목엔 셔터와 임대 현수막뿐
· 성심당 100m 밖 골목·지하상가 폐업·임대 속출
· 대전 자영업 폐업률 10.4%, 광역시 중 두 번째
성심당 본관 앞에는 무더위에도 긴 줄이 끊이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방문객들이 빵 한 봉지를 손에 들기 위해 차례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 행렬에서 불과 100m를 벗어나면 거리의 표정은 달라진다. 골목 건물마다 ‘상가 임대’ 현수막이 내걸려 있고, 중앙로역 지하상가에는 금속 셔터를 내린 점포들이 줄지어 있었다. ‘빵지순례’—유명 빵집을 목적지 삼아 여행하는 새로운 관광 형태—가 대전을 찾는 외국인 수를 수직 상승시켰지만, 그 소비가 성심당 반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풍경이다.
서울~대전 외국인 기차 예약, 전년 대비 1840% 폭증
코레일과 트립닷컴 등에 따르면 올해 7~8월 서울~대전 노선의 외국인 기차 예약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0% 급증했다. 성심당을 향한 외국인의 원정 방문이 철도 수요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이 수치는 서울~전주(989%), 서울~강릉(415%), 서울~경주(300%) 등 기존 인기 관광 노선들의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 노선 | 외국인 예약 증가율(2025년 7~8월, 전년 동기 대비) |
|---|---|
| 서울~대전 | 1,840% |
| 서울~전주 | 989% |
| 서울~강릉 | 415% |
| 서울~경주 | 300% |
대전이 외국인 관광 수요에서 전주·강릉·경주를 앞지르는 것은 이례적이다. 성심당이 사실상 단독으로 끌어올린 수치라는 점에서, 특정 랜드마크에 수요가 극단적으로 집중된 사례로 평가된다. 문제는 그 수요가 주변 상권으로 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심당 100m 밖, 임대 딱지와 빈 셔터
관광객들의 발길은 성심당을 중심으로 좁은 반경에 집중됐다. 성심당에서 조금만 벗어난 골목에서는 ‘상가 임대’ 안내문이 붙은 빈 점포가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다. 중앙로역 지하상가에는 상당수 점포가 철제 셔터를 내린 채 있었다. 인근에서 구제 의류 상점을 운영하는 관계자는 “성심당이나 가지, 여기까지 잘 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성심당 주변 음식점들 사이에서는 관광객을 조금이라도 붙잡으려는 시도가 눈에 띄었다. ‘성심당 영수증 지참 시 7% 할인’, ‘성심당 빵·케이크를 가게 안에서 드셔도 됩니다’ 같은 안내문을 내건 업소들이 있었다. 한 카페에는 ‘전국 택배 가능’ 문구도 걸려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자구책이 관광객의 실제 동선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징후는 현장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충남대 앞 궁동, 점심시간에도 텅텅
성심당 인근만이 아니다. 충남대학교와 인접한 궁동은 대전의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으로 꼽혀온 곳이다. 그러나 18일 낮 찾은 궁동 거리는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했다. 식당가에는 손님이 아예 없거나 한두 테이블만 찬 가게가 대부분이었다. 고깃집 출입문에는 ‘임대’와 ‘상가전문’ 안내문이 나란히 붙어 있었고, 인근 점포에는 ‘상가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카페에서는 약 한 시간 동안 다른 손님을 보기 어려웠다. 이 카페 관계자는 기자를 대학생으로 오해해 “개학해서 학생들이 돌아오나 보다”라고 반겼다가 신분을 밝히자 아쉬운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카페 점주는 “하루 매출이 10만 원도 안 나온 적이 있다. 원재료값, 관리비 등을 내면 오히려 적자”라고 말했다. 궁동의 한 상인도 “방학 시즌이라 학생들이 별로 없다. 술집이 많아서 저녁에나 조금 사람들이 있지, 낮에는 많이 없다”고 전했다.
한국은행 보고서로 본 대전 자영업 실태
현장의 분위기는 공식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대전지역 자영업 현황 및 잠재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대전의 자영업자 폐업률은 2024년 10.4%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9.5%)과 광역시 평균(10.0%)을 모두 웃돌며, 광역시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음식·숙박업 폐업률은 19.4%에 달했다.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카드 매출도 2023년 이후 감소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와 연체 지표도 악화 일로다. 대전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2025년 6월 말 기준 23조5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7% 늘었다. 일반 연체율은 1.0%까지 올라섰으며,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7.5%로 1년 새 2.1%포인트 뛰었다. 관광객이 몰려드는 시기에 오히려 자영업자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구도다.
“빵만 사고 떠난다”…전문가가 본 구조적 문제
전문가들은 관광 특수가 성심당 주변 상권으로 번지지 못하는 원인으로 ‘체류 콘텐츠의 부재’를 꼽는다. 방문객 대부분이 성심당에서 빵을 구매한 뒤 곧바로 이동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식사·쇼핑·숙박 등으로 이어지는 연계 소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관광객을 지역에 더 오래 머물게 할 콘텐츠와 동선 설계가 없는 한, 외국인 방문자 수가 늘어도 골목 상권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사한 ‘집중과 소외’의 구조는 다른 분야에서도 포착된다. 대기업 고용에서 30세 이하 청년층이 감소하고 50세 이상이 처음으로 이를 추월한 현상처럼, 특정 거점의 성과가 인접 영역으로 이어지지 않는 단절 구조가 자영업 현장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낙수효과 없는 관광 특수, 남겨진 과제
성심당이 만들어낸 대전 관광 붐은 수치로는 놀라운 성과다. 그러나 그 효과가 지역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현실이다. 외국인 방문객이 대전을 선택하는 빈도는 역대 최고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소비 반경은 성심당 앞 수십 미터에 머물고 있다. 주변 상인들은 긴 행렬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낙수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부채가 늘고 연체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빵지순례 열풍이 대전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가리는 역할만 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심당이 만들어낸 방문 수요를 지역 상권 전체로 연결하기 위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현장과 전문가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다.
출처: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