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3~5배 격차에 매년 15만 명이 짐을 싼다
· 해산물·섬유 공장 임금 30% 올려도 구인난 해소 안 돼
· 브로커 비용·현지 생활비 빼면 실질 소득 기대 이하
베트남 제조업계가 심각한 구인난에 직면했다. 해마다 수십만 명의 베트남 청년이 월급 3~5배를 좇아 한국·일본 등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해산물·섬유·의류 등 주요 산업 현장에서 인력 공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현지시간) 베트남 내무부 집계를 인용해 이 같은 현황을 보도했다. 기업들이 임금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해외와의 절대적 격차 앞에서 처방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내무부 공식 집계: 연간 최대 15만 명, 해외 체류 90만 명
베트남 내무부가 공식 집계한 수치는 이탈의 규모를 직접 보여준다. 매년 13만~15만 명의 베트남인이 해외 취업을 목적으로 국경을 넘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해외에 체류 중인 베트남 노동자 수는 약 9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순한 이주 수요가 아닌, 국내외 임금 격차에서 비롯된 구조적 흐름이다. 매년 수만 명씩 누적되는 이탈이 90만이라는 재외 노동자 규모로 이어졌으며, 이 흐름이 단기간에 방향을 바꿀 요인은 현재로선 가시적이지 않다는 것이 현지 분석의 기조다.
연간 8조~9조 원 송금…외화 공급과 인력 공동화의 역설
해외에서 일하는 베트남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보내는 연간 송금액은 60억~70억 달러(한화 약 8조~9조 원) 규모다. 베트남 경제 전체에서 이 규모의 외화가 민간 송금 경로로 유입된다는 사실은, 해외 취업이 개인 선택을 넘어 국가 경제와 맞닿아 있는 현상임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돈이 국내 소비와 가족 부양에 기여하는 동시에, 제조업 현장에서는 정작 일할 사람이 없다는 역설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해외 취업이 거시 경제에는 외화 공급 창구로 기능하고, 산업 현장에는 인력 공동화라는 부작용으로 돌아오는 이중 구조가 베트남 경제 앞에 놓여 있다.
VASEP 보고서가 적시한 위기: 메콩 델타부터 호치민까지
업계 단체들의 공식 문건이 위기의 수준을 보여준다. 베트남 해산물수출생산자협회(VASEP)가 재무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메콩 델타와 호치민시 등 주요 생산 거점에서 노동력 부족이 산업 성장을 제약하는 핵심 요인으로 명시됐다. 해산물은 베트남 수출 구조에서 비중이 큰 업종이다.
베트남 섬유의류협회도 최근 당국과의 회의에서 노동력 확보를 둘러싼 경쟁이 한계에 달했다고 공식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협회가 각각 독립적으로 정부에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은, 인력 부족이 특정 기업이나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임금 25~30% 올렸지만 구인난 여전한 이유
기업들은 인력을 붙잡기 위해 임금을 최대 25~30%까지 인상했다. 그러나 구인난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임금 인상이라는 처방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존재하는 격차의 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소득 격차와 해외와의 임금 차이가 청년들의 이탈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으로 분석한다. 국내 임금을 30% 올려도 해외와의 격차를 좁히기에는 출발점 자체가 너무 다르다는 것이 현지 분석의 공통된 진단이다.
월 28만~35만 원 vs 해외 3~5배: 이탈 선택의 현실적 계산
빈곤율이 높은 베트남 중부 지역 출신 구직자들이 현지에서 기대할 수 있는 월 임금은 200~250달러(한화 약 28만~35만 원) 수준이다. 반면 한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국내보다 3~5배에 달하는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격차 앞에서 해외 취업이 현실적 선택으로 자리 잡는 것은 개인의 경제적 판단으로 이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항목 | 베트남 국내(중부 기준) | 해외(한국·일본 등) |
|---|---|---|
| 월 임금 수준 | 200~250달러(약 28만~35만 원) | 국내 대비 3~5배 |
| 기업 임금 인상 조치 | 최대 25~30% 인상 단행 | — |
| 연간 해외 취업자 | — | 13만~15만 명(내무부 집계) |
| 해외 체류 노동자(지난해 말) | — | 약 90만 명 |
| 연간 본국 송금액 | — | 60억~70억 달러(약 8조~9조 원) |
문제는 이 판단이 매년 13만~15만 명 규모로 집단적·반복적으로 누적될 때 국내 산업이 감당해야 할 공백이 어느 수준까지 커질 수 있느냐다.
해외 취업의 이면: 브로커 부채와 착취 위험
해외 취업이 반드시 높은 실질 소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본 내 베트남인을 지원하는 민간단체 등에 따르면, 저축과 가족 부양을 위해 해외를 택한 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채용 브로커 비용이나 교육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를 안고 출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비용으로 빚을 진 노동자들이 과도한 노동이나 착취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금과 현지 생활비를 제외하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이 출국 전 기대보다 적은 경우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해외 취업의 선택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채 구조와 정보 비대칭이 노동자를 취약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정부 앞에 놓인 과제: 단기 해소 어렵다는 전망
VASEP와 섬유의류협회가 각각 베트남 정부 당국에 인력 문제를 공식 제기한 상황에서, 정책 대응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향후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다만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인 임금 격차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제조업 현장의 구인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해외 취업을 통한 외화 획득이 경제에 기여하는 측면과, 그로 인한 국내 인력 공동화라는 부작용이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 속에서, 베트남은 노동 수출과 국내 제조업 경쟁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처: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