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출신도 피하지 못한 수중 숨 참기의 함정
· 부검 결과 사인은 ‘사고에 의한 익사’로 확인
· 유족, 얕은 물 실신 가능성 지목…재발 방지 촉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 State) 수영팀 출신으로 코치까지 지낸 잭 로니(39)가 지난달 5일 수영장에서 수중 호흡 훈련을 하다 의식을 잃고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2일(현지시간) 피플지 등 미국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부검 결과 사인은 ‘사고에 의한 익사’로 최종 확인됐다. 외상이나 약물 남용, 범죄 개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CCTV에 담긴 사고 직전 상황
사고 당일 로니는 아내 마레사와 함께 수영장을 찾아 수중 호흡 훈련을 반복하고 있었다. 수영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사고 직전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로니는 약 2분 14초 동안 물속에 머물렀다가 수면 위로 올라온 뒤 곧바로 재잠수했다.
이 무렵 아내 마레사는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약 5분 후 돌아온 마레사는 물속에서 의식을 잃은 채 가라앉아 있는 남편을 발견했다. 즉시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도 CPR을 이어가며 로니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 순서 | 상황 |
|---|---|
| 훈련 중 | 약 2분 14초 잠수 후 수면 복귀, 재잠수 |
| 아내 자리 비움 | 전화 통화를 위해 수영장 잠시 이탈 |
| 약 5분 후 | 마레사 복귀, 물속에서 의식 잃은 로니 발견 |
| 구조 시도 | 아내 CPR 실시 → 구조대 출동 후 병원 이송 |
| 결과 | 끝내 사망 |
부검 결과: 외상·약물·범죄 모두 배제
최근 공개된 부검 보고서는 로니의 사인을 ‘사고에 의한 익사’로 결론 냈다. 신체 외상 흔적도, 약물 남용 증거도 없었다. 극단적 선택이나 타인에 의한 범죄 가능성 역시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중 호흡 훈련 자체가 사망의 직접 원인이 된 사고 익사로 규명된 것이다.
수영 경력이 풍부한 39세 남성이 비교적 통제된 환경인 수영장에서 훈련 중 숨진 사실은, 수중 호흡 훈련의 위험성이 체력이나 기술 수준과 별개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유족이 지목한 원인: 얕은 물 실신
유족은 로니가 이른바 ‘얕은 물 실신(Shallow Water Blackout)’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얕은 물 실신은 물속에서 장시간 숨을 참는 과정에서 뇌에 공급되는 산소가 급격히 부족해지면서 갑자기 의식을 잃는 현상이다. 깊은 수심만의 위험이 아니다. 일반 수영장처럼 얕은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 명칭이 붙었다.
이 현상의 핵심은 ‘경고 신호의 부재’에 있다. 사람은 통상 혈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높아지면 숨을 쉬어야 한다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수중 호흡 훈련에서 자주 시행되는 잠수 전 과호흡이 이 균형을 무너뜨린다.
과호흡이 위험 신호를 지운다
잠수에 앞서 빠르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과호흡을 하면,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일시적으로 낮아진다. CO₂ 농도가 낮아진 상태에서는 뇌가 ‘숨을 쉬어야 한다’는 신호를 평소보다 훨씬 늦게 발생시킨다. 산소가 이미 위험 수준 아래로 떨어진 뒤에도 당사자는 특별한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로니의 유족은 이 메커니즘이 사고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수영 경력이 길고 체력 수준이 높을수록 오히려 이 위험에 더 오래 노출될 수 있다. 숨 참기 지속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산소 고갈 상태에 더 깊이 진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전직 코치도 예외가 없었다
이번 사고가 수영 전문가 사회에서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로니는 단순 취미 수영인이 아니었다. NC State 대학 수영팀에서 선수로 활동한 뒤 같은 팀의 코치까지 역임한 인물이었다. 물속 환경에 오랜 시간 익숙한 전문가였음에도 수중 호흡 훈련 도중 의식을 잃었다.
수영 관련 안전 기관들은 일반적으로 수중 호흡 훈련을 혼자 또는 비감시 상태에서 실시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는 아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불과 5분 사이에 사고가 발생했다. 의식 소실이 얼마나 빠르게,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아버지의 경고: “물속 숨 참기는 위험하다”
로니의 아버지 존은 아들의 사망 사실을 공개하며 “물속에서 장시간 숨을 참는 것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 유족의 입장이다. 피플지 등 현지 매체가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얕은 물 실신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는 보도가 잇따랐다.
로니는 대학 수영팀에서 만난 마레사와 결혼해 다섯 자녀를 뒀다. 사고가 발생하기 며칠 전, 두 사람은 결혼 15주년을 함께 맞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을 처음 발견하고 CPR을 시도했던 아내 마레사의 입장은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남겨진 다섯 아이
잭 로니는 39세의 나이에 다섯 자녀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결혼 15주년을 앞두고 아내와 함께 수영장을 찾았다가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유족은 로니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수중 호흡 훈련의 위험성을 공론화하고 있다. 수영 실력이나 경험이 아닌, 훈련 방식과 감시 체계가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사고는 다시 한번 드러냈다.
출처: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