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 21번 들락날락…실업급여 ‘1억’ 받은 직장인 등장 [곽용희의 일자리노트] 가이드
같은 사업장에서 퇴사와 재입사를 21차례 반복하며 실업급여 누적 수령액이 1억400만원에 달한 근로자 사례가 공식 통계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이 17일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하면서다. 동일 사업장에서 5회 이상 구직급여를 받은 인원은 지난해 처음으로 7000명 선을 돌파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으며, 현행 법령상 반복 수급 횟수를 제한할 근거가 없다는 구조적 허점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
같은 직장서 21번 퇴사·재입사, 누적 1억400만원 수령
김위상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지난해 실업급여 누적 수급액 상위 10명에 대한 분석이 담겼다. 그 결과 한 근로자가 같은 사업장에서만 퇴사와 재입사를 최대 21차례 반복하며 총 1억400만원의 구직급여를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이직 전 18개월 동안 피보험 단위 기간이 180일 이상이면 구직급여 수급 자격이 발생한다. 대략 6개월 이상 일하다 퇴직하면 다음 수급 요건이 갖춰지는 구조다. 문제는 반복 수급 횟수를 제한하는 조항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일 사업장에서 같은 패턴을 반복하더라도 법령상 이를 막을 근거가 없다.
이 구조를 배경으로, 일부 사업장에서 실업급여가 생계 지원이라는 사회안전망 본래의 취지와 달리 사실상 인건비를 보충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반복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종료하더라도 현행 제도상 차단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동일 사업장 3회 이상 수급자, 6년 만에 2.4배로 증가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사업장에서 구직급여를 3차례 이상 수급한 사람은 2만1537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 약 9000명 수준에서 6년 만에 2.4배로 불어난 수치다. 2021년 1만3678명과 비교해도 59.6%가 늘었다.
연간 최다 기록은 2024년에 세워졌다. 그해 2만1835명이 동일 사업장 3회 이상 수급자로 집계돼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2만1537명으로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2만 명을 웃돌았다. 올해도 5월까지 이미 1만1868명이 수급해, 올해 연간 집계가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5회 이상 수급자 7033명, 매년 신기록 행진
| 연도 | 3회 이상 수급자 | 5회 이상 수급자 |
|---|---|---|
| 2019년 | 약 9,000명 | – |
| 2021년 | 13,678명 | 3,430명 |
| 2022년 | – | 4,323명 |
| 2023년 | – | 6,112명 |
| 2024년 | 21,835명(역대 최다) | 6,574명 |
| 2025년 | 21,537명 | 7,033명(역대 최다) |
| 2026년(5월까지) | 11,868명 | 3,589명 |
동일 사업장에서 5회 이상 수급한 인원은 2021년 3430명에서 해마다 증가세를 이어 왔다. 2022년 4323명, 2023년 6112명, 2024년 6574명을 거쳐 지난해 7033명으로 처음 7000명 선을 넘었다. 올해는 5월 기준으로 이미 3589명이 5회 이상 수급을 마쳤다. 이 추세라면 연말 집계가 또다시 최다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지난해 수급자 172만 명, 10명 중 3명은 반복 수급자
지난해 전체 구직급여 수급자는 172만2000명이었다. 이 가운데 최근 5년 이내 2회 이상 구직급여를 받은 반복 수급자는 49만6000명으로, 전체의 28.8%를 차지했다. 수급자 약 세 명 중 한 명꼴이 반복 수급에 해당하는 셈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실업급여 지급액은 최근 5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재정 부담 속에도 정부는 실업급여 적용 범위 확대 추진
고용보험기금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실업급여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이 자발적으로 이직한 경우에도 생애 한 차례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예술인과 노무제공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 인원도 현재 약 95만 명에서 최대 160만 명으로 넓힐 계획으로 알려졌다.
반복 수급 증가로 인한 재정 부담과 사회안전망 확대라는 두 방향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이를 어떻게 조율할지를 둘러싼 논의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내년 구직급여 하한액 6만8480원으로 2432원 인상
내년에는 실업급여 하한액도 오른다. 2027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되면서 올해보다 3.7% 인상됐다. 최저임금의 80%에 연동되는 구직급여 일 하한액도 현행 6만6048원에서 6만8480원으로 2432원 높아진다. 수급 자격이 있는 실직자가 매일 받을 수 있는 최소 금액 기준이 그만큼 올라가는 것이다.
“3회 이상 반복 수급자엔 취업지원으로 전환” 필요성 제기
한국정책학회보에 게재된 논문 ‘실업급여 반복수급 효과 분석과 정책제언’은 3회 이상 반복 수급 집단에서는 실업급여 지급이 근로성과를 개선하지도, 악화시키지도 않는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은 이 집단이 구조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한 계층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장기적이고 포용적인 고용 지원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이 연구를 근거로, 3회 이상 반복 수급자에 대해서는 고의적 반복 수급자를 걸러내는 한편, 구조적 이유로 실직을 반복하는 사람에게는 실업급여 지급 대신 취업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복 수급자를 일률적으로 제재하기보다 수급 집단의 성격을 세분화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 통계 공개를 계기로 국회 차원에서 관련 입법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출처: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