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가 한국산 105㎜ 곡사포 100문을 샀는데, 정작 체코군은 그 구경의 포를 쓰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매체가 불붙인 우회 지원 의혹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지난 27일(현지시간) 한국산 무기 일부가 제3국 경유 비공식 루트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에 전달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매체는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공식적으로 군사 지원을 한 적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비공식 우회 경로를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이 보도의 핵심 근거는 체코의 무기 도입 기록이다. 체코는 2025년 결산 자료에서 한국으로부터 105㎜ 곡사포 100문을 수입했다고 보고했다.
체코는 왜 쓰지도 않는 포를 샀나
이 지점이 의혹의 핵심이다. 체코군은 현재 105㎜ 포병 체계를 실전에서 운용하지 않는다. 체코의 현역 포병 전력은 152㎜ 자주곡사포 DANA이며, 이마저도 프랑스산 155㎜ 세자르(CAESAR)로 교체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사용 계획도 없는 구경의 곡사포 100문을 대규모 수입한 셈이다.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수입된 곡사포가 수리·성능 개량을 거친 뒤 우크라이나군에 넘겨지는 우회 지원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이 제공한 105㎜ 곡사포의 정확한 기종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M101, 현대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나
105㎜ 견인 곡사포의 역사는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표 기종 M101의 최대 사거리는 11.3㎞다. 현대 포병 전력과 비교하면 짧고, 적의 반격 사격이 닿는 이른바 ‘킬존(kill zone)’ 안에 포 진지가 노출된다는 뜻이다. 디펜스 익스프레스 스스로도 “생존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곡사포 자체 외에 포탄 보급 여부도 변수다. 한국이 체코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쓸 만큼의 105㎜ 포탄도 함께 전달했는지가 실전 효용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2021년 국방일보 보도 기준, 한국군은 M101 계열 곡사포 2,000여 문과 포탄 300만 발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이중 잣대 논란 — 원칙과 현실 사이
한국 정부는 전쟁 중인 국가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해 왔다. 한국산 곡사포가 우크라이나에 인도됐다는 공식 확인도 현재까지 없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불만이 반복됐다. 한국이 이란과 갈등 중인 걸프 국가들에는 천궁-Ⅱ 방공 시스템을 수출하면서 우크라이나에는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는 논리다.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이번 체코 수입 사례가 “한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기존 입장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추정의 성격이 강하지만, 그 배경에는 북러 군사 협력 심화라는 구체적 맥락이 있다.
러시아의 경고 — “직간접 공급 모두 용납 못 한다”
러시아는 이 흐름을 일찌감치 경계해 왔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3월 타스 통신을 통해, 한국이 우크라이나 정권에 살상 무기를 직간접으로 공급하는 데 참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양한 채널로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공식 지원도 아닌 제3국 경유 우회 거래에 이 수위의 경고가 나왔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한국의 행보를 얼마나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전망: 북러 협력 시대, 한국의 선택지
한국과 체코 정부는 해당 곡사포 100문의 최종 사용처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체코의 무기 도입 배경과 향후 운용 계획, 한국의 대우크라이나 지원 원칙에 변화가 있을지 여부는 북러 군사 협력이 심화되는 유럽 안보 환경 속에서 계속 주목받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매체의 분석은 현재로선 추정에 머물지만, 그 추정이 촉발하는 외교적 파장은 실제다. 체코라는 우회로가 진짜였는지, 그리고 한국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는 한반도 안보 구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자주 묻는 질문
한국산 105㎜ 곡사포가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전달됐나요?
공식 확인은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가 가능성을 제기한 분석이며, 한국과 체코 정부 모두 최종 사용처를 공식 발표한 적이 없습니다.
체코는 왜 쓰지도 않는 105㎜ 곡사포를 한국에서 수입했나요?
체코군은 현재 105㎜ 포병 체계를 운용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우회 지원을 위한 수입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체코는 152㎜ DANA 자주곡사포를 운용 중이며 프랑스산 155㎜ 세자르로 교체 중입니다.
M101 105㎜ 곡사포는 현대전에서 얼마나 유효한가요?
2차 세계대전 때 개발된 구형 견인 곡사포로 최대 사거리는 11.3㎞입니다. 현대전에서는 적의 반격 사격 범위에 들어 생존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무엇인가요?
한국은 전쟁 중인 국가에 살상 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한국산 곡사포가 우크라이나에 인도됐다는 공식 확인은 없습니다.
러시아는 구체적으로 어떤 경고를 했나요?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3월 타스 통신을 통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간접으로 공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출처: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