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이름 뒤에 숨은 대포통장 조직, 7개월간 통장 211개 유통
· 고속버스 택배·과일 가명으로 7개월간 추적 피한 수법
· 보이스피싱·투자사기에 악용, 범죄 수익 4억 7천만 원 추징보전
택배 송장에 적힌 발신인 이름이 ‘오사과’, ‘김오이’, ‘이자몽’. 과일 이름처럼 보이는 이 허위 발신인 뒤에는 7개월에 걸쳐 대포통장 211개를 범죄조직에 공급한 조직적 범행이 숨어 있었습니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이 같은 수법으로 고속버스 택배를 이용해 대포통장을 유통한 일당 20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습니다.
울산 남부경찰서, 총책 4명 구속 포함 200명 검거
울산 남부경찰서는 대포통장 211개를 범죄조직에 공급한 일당 200명을 검거하고, 이 중 총책 4명을 구속했습니다. 범행 기간은 지난해 6월부터 7달에 걸쳐 이어졌습니다.
경찰은 총책 등이 챙긴 범죄 수익금 4억 7천만 원에 대해 추징보전 신청을 진행했습니다. 추징보전이란 피의자가 재판 전에 범죄 수익을 처분하거나 은닉하지 못하도록 법원이 재산을 미리 동결하는 조치를 말합니다. 최종 추징 여부는 재판 결과에 따라 결정됩니다.
“월 150만 원 보장”…자영업자·주부 139명 유인한 수법
일당의 모집 방식은 간결했습니다. “계좌를 빌려주면 매달 15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제안으로 돈이 급한 자영업자와 주부 등을 대상으로 접근했습니다. 이렇게 모집된 대포통장 대여자는 모두 139명에 달했습니다.
대포통장은 타인의 명의로 개설되거나 명의자의 동의 없이 범죄에 활용되는 통장을 뜻합니다. 계좌 실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를 경우 자금 흐름 추적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각종 금융 범죄 조직에서 핵심 인프라로 쓰입니다.
지인 소개 시 소개비까지…다단계식 조직 확장
일당은 조직을 빠르게 키우기 위해 다단계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이미 통장을 빌려준 사람에게 지인을 추가로 소개하면 별도의 소개비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한 것입니다. 이 구조는 피해자이자 가담자가 된 일반인들이 스스로 조직 확산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방식으로 모집된 대여자 139명이 유통에 동참했고, 범죄조직에 공급된 통장은 211개로 늘어났습니다.
왜 하필 고속버스 택배였나
통장과 카드를 실물로 전달하는 데 일당이 고속버스 택배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일반 택배보다 신원 확인 절차가 상대적으로 허술하기 때문입니다. 고속버스 택배는 버스터미널 창구에서 화물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발신인 정보를 택배사 전산 시스템만큼 엄밀하게 검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경찰 추적을 지연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선택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고속버스 터미널 화물 기록 추적이 이번 수사의 핵심 단서 중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사과’·’김오이’·’이자몽’…허위 발신인 명의의 역할
일당들은 택배 송장 발신인란에 성(姓)처럼 보이는 과일 이름을 붙인 허위 인물명을 기재했습니다. ‘오사과’, ‘김오이’, ‘이자몽’ 같은 이름입니다. 이 방식은 택배 영수증이나 송장 기록을 통한 발신인 역추적을 어렵게 만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허위 발신인 정보 활용은 금융 범죄에서 드물지 않은 수법입니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는 일관되게 쓰인 과일 이름 패턴이 오히려 수사 과정에서 단서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통된 통장 211개, 3가지 범죄 유형에 활용
이번에 유통된 대포통장 211개는 보이스피싱, 투자 사기, 사이버도박 등 세 유형의 범죄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각 범죄 유형별 활용 방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 범죄 유형 | 대포통장 활용 방식 |
|---|---|
| 보이스피싱 | 피해자 입금 후 대포통장 경유해 다단계 분산 이체, 추적 차단 |
| 투자 사기 | 피해자 송금액을 즉시 여러 계좌로 분산, 자금 세탁 경로로 활용 |
| 사이버도박 | 불법 도박 자금 입출금 창구로 사용, 운영 자금 흐름 은폐 |
세 유형 모두 대포통장을 통해 실제 자금 흐름과 범죄 수익을 추적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를 활용합니다. 명의자가 다를수록 계좌 추적에 필요한 법적 절차와 시간이 늘어납니다.
수사는 계속…범죄 수익 4억 7천만 원 동결 추진
경찰은 이번 검거로 수사를 마무리하지 않고 관련 범죄 수사를 계속 이어갈 방침임을 밝혔습니다. 대포통장을 공급받아 실제 보이스피싱·투자사기·사이버도박을 운영한 조직에 대한 추가 수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유통 경로가 차단됨으로써 해당 범죄 조직들이 신규 범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조직이 다른 통장 모집 경로를 빠르게 확보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총책 등의 범죄 수익금 4억 7천만 원에 대한 추징보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피의자들의 재산은 재판 전까지 동결됩니다. 이번 사건은 대포통장 유통망이 단순 개인 거래가 아닌, 모집·전달·공급을 분업화한 조직적 범행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출처: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