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선물이라더니… 이틀에 6,700만 원어치 금을 사려 한 이유
· 두 지점 모두 같은 대표 운영, CCTV로 동일인 확인 신고
·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올해만 1억 2천만 원 금·현금 전달
남편 생일 선물이라며 이틀 사이 두 곳의 금거래소를 찾아 순금 80돈을 사들이려 한 50대 여성이 업소 대표의 기지로 현장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보이스피싱 사기 조직의 현금 수거·세탁책으로, 올해 초부터 약 1억 2천만 원 상당의 피해금을 금과 현금으로 수거해 조직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틀 연속 다른 지점 방문 — 총 80돈, 6,700만 원 규모
A(50대) 씨는 지난달 29일 세종지역 금거래소를 방문해 순금 30돈을 매입했다. 창구에서 내세운 이유는 “남편의 생일 선물”이었다. 순금 30돈은 시세에 따라 수천만 원을 넘는 고액 귀금속 거래에 해당한다.
A 씨는 하루 뒤에도 세종지역의 또 다른 금거래소 지점을 찾아왔다. 이유는 전날과 동일했다. 이번에는 순금 50돈을 추가로 구매하려 했다. 이틀에 걸쳐 A 씨가 사들이거나 사들이려 한 순금은 총 80돈, 당시 시가로 약 6,700만 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 구분 | 첫째 날 (29일) | 둘째 날 (30일) |
|---|---|---|
| 방문 지점 | 세종지역 지점 1 | 세종지역 지점 2 |
| 매입 시도량 | 순금 30돈 | 순금 50돈 |
| 구매 이유 | 남편 생일 선물 | 남편 생일 선물 |
| 결제 방식 | 계좌이체 완료 | 계좌이체 시도 |
| 결과 | 거래 완료 | 경찰 신고·현장 검거 |
두 지점 모두 같은 대표 운영 — 검거의 결정적 배경
A 씨가 이틀에 걸쳐 방문한 두 곳은 모두 한국감정금거래소 세종지역 지점대표 강 모(56) 씨가 운영하는 매장이었다. 서로 다른 업체의 지점이었다면 이틀에 걸친 반복 방문은 연결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강 씨는 첫날 A 씨와의 거래를 마친 뒤 이미 석연치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강 씨는 12일 “독특한 옷차림의 여성이 이틀 연속 매장에 와 고가의 금을 사려고 하는 모습이 아무래도 의심스러웠다”고 밝혔다. 다음날 직원에게서 “남편 선물을 사러 온 손님이 있다”는 말을 전달받자 즉각 첫날의 A 씨를 떠올렸다. 곧바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돌려본 결과 동일 인물임을 확인했다.
결정적 단서 — 송금자 이름이 달랐다
강 씨는 A 씨의 신분증과 계좌이체 내역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결정적 단서를 포착했다. A 씨는 순금 구매 대금을 “남편이 보내준다”며 계좌이체로 결제했지만, 실제 이체 내역에 기재된 송금자 이름이 남편의 이름과 달랐던 것이다.
강 씨는 “A 씨는 순금 구매 대금을 남편이 송금해준다고 하며 계좌이체를 했는데, 송금자 이름이 달라서 이상했다”고 전했다. 이 시점에서 강 씨는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귀금속으로 전환하는 자금 세탁 거래임을 직감했다고 밝혔다.
30돈 먼저 포장, 20돈은 준비 중 — 신고까지 시간 벌기
강 씨는 A 씨가 의심 없이 매장에 머물도록 “30돈은 먼저 포장해 드리겠다. 나머지 20돈은 곧 준비해 드리겠다”고 안심시키며 시간을 끌었다. 그 사이 경찰에 신고했고,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한 경찰은 매장 현장에서 A 씨를 즉시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 수거책이자 세탁 담당, 1억 2천만 원 규모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보이스피싱 사기 조직의 현금 수거책으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히 피해금을 수거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았다. 수거한 현금을 순금 등 귀금속으로 교환해 조직에 전달하는 자금 세탁 역할까지 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씨가 올해 초부터 검거 시점까지 수거하거나 전달한 금·현금의 규모는 약 1억 2천만 원 상당으로 파악됐다. 세종 남부경찰서는 A 씨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왜 금인가 — 귀금속 세탁의 구조적 배경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금 세탁 수단으로 귀금속을 선택하는 데는 실질적 이유가 있다. 현금을 그대로 이동시키면 금융정보분석원(FIU) 또는 금융기관의 이상 거래 탐지 체계에 포착될 위험이 있다. 계좌 간 이체 역시 자금 흐름이 기록으로 남는다. 이에 비해 귀금속으로 전환하면 자금 이동 경로가 복잡해지고 추적이 어려워진다.
물리적 편의성 측면에서도 금은 현금 뭉치보다 유리하다. 이번 사건에서 A 씨가 사들이려 한 80돈은 한 손에 쥘 수 있는 분량이지만 시가로 6,700만 원에 달한다. 수억 원 규모의 현금을 금으로 전환하면 은밀하고 간편하게 운반할 수 있다. 귀금속 업소가 일반 금융기관에 비해 실시간 거래 모니터링 체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는 점도 범죄 조직이 이 경로를 활용하는 이유로 수사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경찰과 금융당국은 귀금속 거래를 이용한 자금 세탁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귀금속 업계의 이상 거래 신고 체계 강화를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다.
감사장·검거보상금 지급 — 업계 신고 당부
세종 남부경찰서는 범인 검거와 피해 확산 방지에 기여한 강 씨에게 감사장과 검거보상금을 지급했다. 강 씨는 “이틀 연속 각기 다른 지점을 찾아와 남편 선물로 6천700여만 원 상당의 금 80돈을 사재기하는 모습에 이상함을 느꼈다”며 “보이스피싱 범죄 자금 세탁임을 확신했다”고 당시를 전했다.
경찰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금거래소 등 귀금속 업계 종사자들이 이상 거래 의심 시 적극적으로 신고해 줄 것을 거듭 당부하고 있다. 업계 현장에서의 이상 거래 감지와 즉각 신고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조기에 차단하는 실질적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출처: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