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자로 베이비 주의보: 피임약 복용 중에도 임신이 생기는 이유

피임약 꼬박꼬박 먹었는데… 비만치료제가 피임을 무력화한다

· 마운자로 성분, 경구피임약 최고혈중농도 최대 66% 감소
· MHRA에 GLP-1 약물 관련 의도치 않은 임신 40건 이상 접수
· 태아 안전성 미확보 명시… 추가 피임법 4주 이상 병행 권고

마운자로를 비롯한 GLP-1 기반 비만치료제를 복용 중인 여성에서 예상치 못한 임신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중에도 임신이 이뤄진 경우가 다수 포함돼, 의료계와 국내외 규제당국이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피임 중에도 임신된 36세 A씨 사례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36세 여성 A씨는 키 165㎝에 몸무게 103㎏의 초고도비만 상태로, 다낭성난소증후군(PCOS)으로 인해 오랜 기간 경구피임약을 복용해온 여성이었다. 남편과도 자주 만나기 어려운 사정이 겹쳐 A씨는 임신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하고 있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마운자로 투약을 시작한 지 약 3개월이 지났을 때, A씨는 임신 5주차임을 알게 됐다. 담당 의사로부터 “마운자로 투약으로 임신이 가능해졌을 수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고 한다. A씨는 해당 인터뷰에서 “피임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안일했고 임신 가능성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준비 없이 맞은 아이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생긴 아기니 잘 키워보고 싶다”고 밝혔다.

마운자로가 피임약 효과를 낮추는 원리

마운자로의 주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는 음식이나 약물이 위에서 소장으로 이동하는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비만치료제로서 포만감을 높이고 열량 흡수를 줄이는 데 유용한 바로 이 기전이, 함께 복용한 경구피임약의 흡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조병구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총무이사는 “약동학 연구에서 티르제파타이드와 경구피임약을 함께 투여했을 때 피임약의 최고혈중농도(Cmax)가 최대 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피임약이 혈중에 충분히 흡수되지 않으면 피임 효과도 그만큼 감소한다는 의미다. 조 이사는 “마운자로 투약을 시작하거나 용량을 높인 뒤 4주 동안은 콘돔 등 추가 피임법이나 비경구 피임법을 사용하도록 권고된다”고 덧붙였다.

영국 규제당국 경고와 ‘베이비’ 신조어의 등장

이 현상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지난해 GLP-1 기반 의약품을 사용하는 여성들에게 임신과 피임에 주의할 것을 공식 당부했다. 당시 MHRA에는 GLP-1 기반 약물 사용자가 의도치 않게 임신했다는 사례가 40건 이상 접수됐다.

이 같은 사례들이 해외에서 축적되면서 ‘마운자로 베이비’, ‘위고비 베이비’, ‘삭센다 베이비’ 등의 신조어가 등장했다. 각각 해당 비만치료제 투약 중 예상치 못한 임신을 경험한 경우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국내에서도 위고비에 이어 마운자로 사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유사한 경험담이 SNS를 통해 공유되기 시작했다.

피임약을 먹지 않는 여성도 주의해야 한다

경구피임약을 복용하지 않는 여성도 GLP-1 비만치료제 투약 이후 임신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질 수 있다. 체중 감소와 대사 기능 개선으로 그동안 불규칙하거나 억제돼 있던 배란 기능이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처럼 PCOS를 가진 여성의 경우, 비만이나 대사 이상이 배란 억제의 주된 원인인 만큼 이 경로의 영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의료계는 보고 있다.

제약사에 재직 중인 약사 B씨는 이 현상에 대해 “현재 연구에서는 ‘가설’로 설명하고 있지만, 그렇게 표현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보수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임상 관찰 사례는 계속 쌓이고 있으나 아직 공식 연구 결론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제약·의학계가 유보적 언어를 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신 위험 경로 비교

임신 위험 경로 주요 대상 여성 기전 및 권고
경구피임약 흡수 저하 피임약 복용 중인 여성 티르제파타이드가 위장 운동 억제 → 피임약 Cmax 최대 66% 감소. 투약 시작·증량 후 4주간 추가 피임 필수
배란 기능 회복 PCOS 등 배란 장애 여성 체중 감소·대사 개선으로 불규칙 배란이 정상화 가능. 피임약 복용 여부와 무관하게 임신 가능성 증가

제품 설명서에 명시된 경고: 태아 안전성 미확보

비만치료제의 제품 설명서에는 ‘임신 중 태아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경고 문구가 명시돼 있다. 약사 B씨는 이에 대해 “쉽게 말하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그런 상황까지 제약사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임신 중 GLP-1 계열 약물 투약의 위험성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도치 않은 임신이 발생했을 경우 즉시 담당 의사에게 알리고 투약 지속 여부를 상의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GLP-1 비만치료제를 복용 중이며 경구피임약에만 의존하고 있다면, 투약 시작 또는 용량 증량 후 최소 4주간 콘돔이나 비경구 피임법(호르몬 패치·피임 주사·IUD 등)을 추가로 사용해야 한다. 임신을 원하지 않는다면 담당 의사와 피임 방법을 반드시 재확인해야 한다.

빠른 처방 확산 속, 정보 전달은 따라가지 못해

마운자로·위고비 등 GLP-1 비만치료제는 국내에서 처방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경구피임약 흡수 저하, 배란 기능 회복처럼 임신과 직결되는 부작용 정보는 처방 현장에서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비만치료제를 처방할 때 가임기 여성에 대한 임신·피임 관련 상담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피임을 원하는 여성이라면 경구피임약 외에 호르몬 패치, 피임 주사, 자궁 내 장치(IUD) 같은 비경구 피임법도 함께 안내받을 필요가 있다고 권고되고 있다.

A씨의 사례처럼 ‘피임 중이니 괜찮겠지’라는 인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 비만치료제를 새로 시작하거나 용량을 바꿀 예정이라면, 피임 방법에 대해 처방 의사와 별도로 논의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다.

출처: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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