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프로포폴 쇼핑, 수도권 67곳서 1년간 140회 투약

수면 내시경 뒤 달아난 여성, 알고 보니 67개 병원을 돌았다

· 수도권 67개 병원서 1년간 마약류 140회 이상 처방 확인
· 수면 내시경 뒤 진료비 미납 도주로 사건이 포착됐다
· 경찰 수사 중에도 투약 계속…구청도 별도 수사 의뢰

경기 평택의 한 의원에서 수면 내시경을 마친 30대 여성이 진료비를 내지 않고 병원 밖으로 걸어 나갔다.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수납 창구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다 유유히 사라지는 장면이 담겼다. YTN 단독 취재 결과, 이 여성은 수도권 전역 67개 의료기관을 돌며 최근 1년 동안 프로포폴을 비롯한 향정신성의약품을 140회 이상 처방받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평택 병원에서 포착된 도주 장면

사건은 경기 평택 소재 의원에서 시작됐다. 30대 여성 A 씨는 수면 진정제인 미다졸람을 투약받고 수면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마치고 회복실을 나온 A 씨는 수납 창구 방향으로 향하다 돌연 병원 밖으로 사라졌다. 진료비 수납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상 징후를 처음 포착한 것은 해당 의원의 간호사였다. 이 간호사는 YTN에 “A 씨 팔에 다른 주사 자국이 있었다. 왜 멍이 들었냐고 물었더니 다른 병원에서 수액을 맞은 거라고 했다”고 전했다. 의료진은 행적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고, 이 신고가 수도권 전역에 걸친 광범위한 투약 이력을 추적하는 계기가 됐다.

수도권 67개 병원, 1년간 마약류 140회 이상

취재를 통해 파악된 A 씨의 투약 이력은 단순한 일탈 수준을 넘어섰다. 최근 1년 동안 서울·수원·평택 등 수도권 67개 의료기관을 방문해 마약류를 처방받았고, 그 횟수만 합산해도 140회를 초과한다.

약물명 분류 확인된 투약 횟수(최근 1년)
프로포폴 향정신성의약품 / 수면 마취제 52회
미다졸람 향정신성의약품 / 수면 진정제 22회
펜타닐·케타민·졸피뎀 등 향정신성의약품 수십 회(합산 140회 초과)

YTN은 “기간을 늘려 잡으면 실제 투약 횟수는 훨씬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번 집계가 최근 1년 구간에 한정된 수치인 만큼, 그 이전의 투약 이력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수면 내시경 명목을 반복 이용한 처방 수법

A 씨가 주로 사용한 방식은 수면 내시경이나 수면 마취가 수반되는 시술을 명목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해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는 것이었다. 프로포폴과 미다졸람은 모두 마약류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으며, 투약할 때마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기록이 남는다.

그러나 처방 기록이 시스템에 쌓이더라도 개별 의료기관이 타 병원의 최근 처방 내역을 실시간으로 조회해 차단하는 데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의료계 일각에서 나온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A 씨로 추정되는 여성이 수면 진정제를 투약받은 뒤 비슷한 방식으로 도주했다는 경험담이 복수로 보고됐다고 YTN은 전했다. 개별 기관 사이에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일 수법이 반복된 것이다.

사건을 접한 피해 병원 의사는 “프로포폴을 계속 이렇게 많이 맞았다는 것은 범법 행위”라고 YTN에 밝혔다. 또 “경찰서에서 와서 자기네들도 보고 깜짝 놀라서 빨리 이관한다고 하면서 조사해서 갔다”고 전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 역시 현장에서 확인한 투약 규모에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경찰 수사 착수 후에도 멈추지 않은 투약

피해 병원 신고를 받아 경찰이 수사를 개시한 이후에도 A 씨의 투약은 중단되지 않았다. 수사가 진행되는 사이 경기 구리시 소재 또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프로포폴을 맞은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경찰 수사가 착수된 이후에도 같은 방식의 처방이 이어진 것은, 현행 마약류 처방 모니터링 체계만으로는 투약 자체를 즉각 차단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드러낸 사례로 의료계에서 거론되고 있다.

의료급여 수급자, 구청도 독자적으로 수사 의뢰

A 씨는 의료급여 수급자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급여는 저소득층의 의료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로, 수급자의 의료 이용을 거주지 관할 구청이 관리한다. 서울 중랑구청은 A 씨의 프로포폴 남용이 의심된다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행정 기관이 독자적으로 수사 의뢰에 나선 것이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건강보험 일반 가입자와 비교해 본인 부담금이 낮게 설정돼 있다. 이러한 비용 구조가 수도권 67개 병원을 반복 방문하는 방식을 가능하게 한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다만 구체적인 인과 관계는 수사 결과를 통해 확인돼야 할 사항이다.

의료진이 먼저 이상 징후 포착, 신고로 이어져

이번 사건에서 최초 이상 징후를 감지한 것은 경찰이 아니라 현장 의료진이었다. 피해 병원 간호사가 A 씨 팔의 주사 자국을 발견하고 의문을 제기한 것이 결국 경찰 신고, 수사 착수로 이어졌다. 의료진의 관찰이 없었다면 광범위한 투약 이력이 파악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의료계에서는 현장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됐음에도 의료기관 간 공유 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유사 사례가 반복됐다는 점을 재발 방지 논의의 핵심으로 지적하고 있다. 지역 의료계 내부에서 A 씨 관련 경험담이 이미 여러 기관에 걸쳐 축적돼 있었음에도 개별 기관 차원에서 대응이 그친 셈이다.

수사 결과와 제도 보완이 남긴 과제

경찰은 현재 A 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마약류관리법 위반이 주요 혐의로 거론되고 있으나, 적용 혐의와 기소 여부는 수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실시간 공유 범위 확대, 단기간 내 다기관 반복 처방에 대한 자동 경보 기능 강화 등의 제도 보완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의료급여 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마약류 처방 모니터링 체계를 어떻게 정비할지, 경찰·보건 당국·지방자치단체 간 정보 공유와 협력 구조를 어떻게 구축할지도 과제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랑구청이 경찰 수사와 별도로 수사 의뢰를 진행한 것은 단일 기관 대응의 한계를 행정 기관 스스로 인식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출처: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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