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새긴 모자를 눌러쓰고 연행된 중국인의 정체
· M16 소총·C4 폭탄·러시아제 대인지뢰 등 군용 무기 대거 압수
· 체포 당시 태극기 모자 착용으로 SNS 한국인 오인 논란 확산
지난 5월, 태국 파타야 경찰에 연행되는 한 남성의 사진이 SNS를 달궜다. 그가 쓴 검은 모자에는 태극기와 ‘한국’이라는 글씨가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혹시 한국인?”이라는 추측이 쏟아졌지만, 현지 매체들이 보도한 그의 국적은 중국이었다. 두 달여가 지난 지난 3일(현지시간), 태국 촌부리주 파타야 지방법원은 중국인 쑨모씨(31)에게 징역 46년을 선고했다. 혐의는 M16 소총, C4 폭탄, 러시아제 대인지뢰를 포함한 군용 무기의 불법 소지였다.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는 9일(현지시간) 이 사실을 보도했다.
차량 전복 사고가 드러낸 무기 창고
사건의 발단은 교통사고였다. 쑨씨가 탑승한 차량이 파타야 도로에서 전복됐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사고 차량 내부를 조사하던 중 총기를 발견했다. 이 발견은 즉시 대규모 수사로 전환됐다. 경찰은 쑨씨를 현장에서 체포한 뒤 그의 파타야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주거지 수색 결과는 차량 발견 총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군용 폭발물과 지뢰, 전술 장비까지 포함된 대규모 화기가 추가로 쏟아졌다. 국내에서도 택배기사의 직관이 보이스피싱 수거책 현행범 검거로 이어진 사례처럼, 우연한 현장 발견이 중대 범행을 드러내는 결과로 이어진 경우다.
압수된 군용 무기 전체 목록
경찰이 공개한 압수 목록은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를 통해 상세히 보도됐다. 총기와 탄약에서 폭발물, 지뢰까지 망라한 내용이다.
| 품목 | 수량 / 규모 |
|---|---|
| M16 소총 | 2정 |
| 탄창 | 10개 |
| 5.56mm 탄약 | 791발 |
| 수류탄 | 6개 |
| C4 폭탄 | 3.7kg |
| 폭탄 장착 전술 조끼 | 1벌 |
| 러시아제 대인지뢰 | 4개 |
경찰은 쑨씨의 휴대전화도 분석했다. 기관총을 발사하는 장면과 물속에서 폭탄 폭발 시험을 하는 영상이 기기에서 확인됐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C4는 군사 작전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폭발물로 전문 지식 없이는 취급 자체가 위험한 품목이다. 러시아제 대인지뢰는 오타와 조약 가입국에서 사용·이전이 금지된 물질로, 민간인이 소지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파타야 장기 체류 2년의 배경
쑨씨는 장기 비자를 발급받아 파타야에서 약 2년간 거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파타야는 태국 동부 촌부리주에 위치한 관광·휴양 도시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장기 체류자가 밀집한 곳이다. 은퇴 이주자, 디지털 노마드, 사업가 등이 뒤섞여 생활하는 환경은 외부에서 특정 개인의 동향을 추적하기 쉽지 않은 구조이기도 하다.
쑨씨가 취득한 장기 비자의 구체적인 종류와 입국 이력은 현지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2년간 체류하면서 어떤 경로로 이 규모의 무기를 반입·보관했는지, 자금 출처는 어디인지는 현재 공개된 수사 결과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부분은 향후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태극기 모자와 한국인 오인 논란
이번 사건이 국내에서 특히 주목받은 계기는 체포 장면 사진이었다. 지난 5월 쑨씨가 파타야 경찰에 연행될 당시, 그가 착용한 검은 모자에 태극기와 ‘한국’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모습이 언론에 공개됐다. 사진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면서 “한국인이거나 한국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잇따랐다.
그러나 방콕포스트를 포함한 현지 매체들은 쑨씨의 국적을 중국으로 일관되게 보도했다. 해당 모자를 착용한 이유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이나 법원의 공식 발표에도 모자 착용과 관련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법원의 판결 — 징역 46년
파타야 지방법원은 지난 3일 총기·탄약·군용 장비 불법 소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쑨씨에게 징역 46년을 선고했다. 9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가 보도하면서 국내에도 알려진 사건이다.
태국 형법상 불법 무기 소지는 소지한 무기의 종류와 수량에 따라 복수의 혐의가 병합 적용될 수 있다. 총기 소지, 탄약 소지, 군용 폭발물 소지 등 각 혐의에 대한 형량이 더해져 최종 선고로 이어지는 구조다. 46년이라는 형량은 이 같은 병합 적용의 결과로 해석된다. 태국에서 외국인에게 이처럼 긴 형이 선고된 불법 무기 소지 사건은 이례적인 수준이다. 항소 여부와 이후 절차에 대한 공개된 정보는 아직 없다.
온라인 반응과 여론
국내 온라인에서는 무기 소지 혐의보다 태극기 모자에 대한 반응이 집중됐다. “왜 하필 한국 모자를 썼느냐”, “한국인으로 오인받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이어졌지만, 이는 모두 확인되지 않은 추측이다. 현지 매체 보도는 쑨씨를 중국 국적자로 일관 규정했으며, 의도적 위장 여부에 대한 공식 발표는 없었다.
일부에서는 대규모 군용 무기의 출처와 목적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개인이 M16 소총과 C4 폭발물, 대인지뢰를 함께 보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단순 수집의 범위를 넘는다는 시각도 나왔다. 조직 연루 가능성을 거론하는 반응도 있었지만, 수사 당국이 공식 확인한 내용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수사가 풀지 못한 의문들
이번 판결로 쑨씨의 처벌은 확정됐지만, 공개된 정보만으로 답하기 어려운 부분이 남는다. 가장 핵심은 무기의 입수 경로다. M16은 미군 표준 소총으로 전 세계 민간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운 군용 화기다. C4는 전문 훈련 없이 취급이 어려운 군사용 폭발물이며, 러시아제 대인지뢰는 국제 시장에서도 유통이 극히 제한적이다. 이런 품목들이 한 개인에게 집중된 경위는 현재 공개된 수사 결과에 포함되지 않았다.
두 번째는 무기의 사용 목적이다. 쑨씨의 휴대전화에서 기관총 발사 영상과 수중 폭탄 폭발 시험 장면이 발견됐다는 보도는 단순 소장 이상의 용도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법원은 소지 사실에 근거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번 46년 형이 이 사건의 최종 결론인지, 무기 출처나 관련 인물에 대한 추가 수사로 이어질지는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로는 알 수 없다.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