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폭락·개미 이탈, 블룸버그가 조명한 이재명 책임론

한 달 22% 급락 뒤 반등에도 개인투자자는 역대 최대 순매도로 빠져나갔다

· 블룸버그, 7월 코스피 22% 폭락과 개미 분노 집중 보도
· 레버리지 ETF 허용 후 78조 유입됐다가 폭락 역풍
· ‘코스피 5000’ 공약 시험대…신뢰 회복 장기화 전망

블룸버그, 한국 개미 분노와 정치 책임론을 이례적 비중으로 조명

블룸버그통신은 현지시간 2일 ‘코스피 폭락에 무너진 개미들, 이재명을 비난하며 다시는 안 산다고 다짐한다(Crushed by Kospi Rout, Angry Koreans Rip Lee and Vow Not to Buy)‘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7월 한국 증시 급락 사태와 개인투자자 심리 악화를 상세히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한국 개인투자자의 반응과 현직 대통령을 향한 책임론을 이 정도 분량으로 집중 다룬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매체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닌 투자 신뢰의 구조적 붕괴로 진단했다. 코스피 지수가 기술적 반등을 이루더라도 한 번 무너진 개인투자자들의 심리를 회복하는 데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시했다.

7월 코스피 22% 급락…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

지난 7월 코스피는 한 달 동안 22% 급락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이 기간을 폭락과 급등이 반복되는 ‘롤러코스피(Rollercoaspi)’ 장세로 묘사했다.

주목할 대목은 월말에 나타난 반등 당일의 투자자 행동이다. 하루 동안 18% 급등하는 기술적 반등이 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역대 최대 규모의 순매도에 나서며 시장을 이탈했다. 통상 급락 이후 저가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온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행동 패턴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다. 반등 장세가 추가 매수의 기회가 아닌 탈출구로 받아들여진 셈이다.

“두 가지 규칙 — 한국 주식 안 사는 것, 그걸 지키는 것”

블룸버그는 서울 거주 30대 후반 투자자 김한경 씨의 사례를 대표 인터뷰로 소개했다. 지난 5월 초 처음으로 한국 주식에 투자했다가 이번 폭락 사태를 겪은 김 씨는 재투자를 완전히 포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매체에 “그때는 코스피 광풍의 시대였고 완전히 열기에 휩쓸렸다”며 “지금은 솔직히 무섭다”고 말했다.

김 씨가 스스로에게 새긴 두 가지 원칙은 간결하다. 첫째, 한국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다. 둘째, 첫 번째 규칙을 지킨다. 7년 이상의 투자 경력을 가진 김동우 씨도 “이 정도 변동성은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시장 내에서는 “한국 증시는 투자 시장이 아니라 카지노에 가깝다”는 비판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5·6월 78조 유입 뒤 역풍…레버리지 ETF가 ‘불쏘시개’ 됐나

블룸버그는 이번 폭락의 배경 중 하나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지목했다.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 주가 변동폭의 2~3배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고위험 파생 상품이다. 정부가 이를 허용하면서 지난 5~6월 두 달 사이에만 약 78조원(542억 달러)의 자금이 코스피로 유입됐다. 그러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자 해당 상품이 오히려 하락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파트를 담보로 5,000만원을 대출받아 투자한 이정민 씨는 블룸버그에 “정부가 레버리지 ETF로 불에 기름을 부었다”며 “주식시장을 카지노처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랄레 아코너 이토로(eToro) 글로벌 시장 애널리스트는 “쏠린 거래가 레버리지를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라고 분석했다. 그는 “디레버리징(레버리지 해소)은 며칠 만에 끝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기술주와 반도체주의 큰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시점 주요 사건
2025년 5~6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허용, 코스피에 78조원(542억 달러) 유입
2025년 7월 코스피 한 달간 22% 급락,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
7월 말 하루 코스피 18% 기술적 급등, 개인투자자 역대 최대 규모 순매도
7월 중순 금융당국 레버리지 ETF 신규 상장 중단, 기본 예탁금 1,000만→3,000만원
청원 현황 국민청원 3만 5,000명 이상 참여, 정책 책임 요구

7월 중순에야 규제 강화…”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비판 확산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중순이 되어서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신규 상장을 중단하고, 기본 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규제 강화 조치를 내놨다. 폭락 피해가 상당 부분 발생한 이후에야 이뤄진 조치라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급속도로 퍼졌다.

국민청원에는 3만 5,000명 이상이 참여해 정부 정책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도 레버리지 ETF 허용 결정의 타당성과 대응 시점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블룸버그에 개인투자자들이 정부에 격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단순한 시장 불만을 넘어선 정책 신뢰의 문제로 다뤘다.

블룸버그 “이재명 정치 브랜드 핵심 건드려”…’코스피 5000′ 공약 시험대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브랜드와 직결된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코스피 5000 시대‘를 핵심 경제 비전으로 내세웠으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도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기조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주주가치 제고와 시장 선진화를 내세운 개혁 방향이 오히려 ‘투기적 시장’이라는 역풍을 맞게 된 셈이다.

매체는 “이번 사태는 이 대통령의 코스피 5000 정책과 자본시장 개혁 기조에 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책 의도와 시장의 실제 반응 사이에서 드러난 간극이 향후 자본시장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AI 붐 지속에도…”신뢰 회복은 주가 반등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블룸버그는 AI 열풍 자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코스피도 올해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한 번 무너진 개인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데는 지수 반등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진단을 함께 제시했다.

랄레 아코너 애널리스트는 기술주와 반도체주에서 큰 변동성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 사태가 시장 변동성의 일시적 충격을 넘어 한국 증시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구조적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시각이 외신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출처: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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