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주거 사다리 끊기나… 빌라·연립 착공 5년 새 78.7% 급감 가이드

도심 주거 사다리 끊기나… 빌라·연립 착공 5년 새 78.7% 급감 가이드

올해 상반기 전국 비아파트 착공 물량이 1만4773가구로 집계됐다. 2021년 상반기 6만9274가구와 비교하면 78.7% 줄어든 수치다. 5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올해도 전년 동기 대비 6.2% 더 떨어졌다. 국토교통부가 8월 3일 공개한 통계다.

매년 줄어 5분의 1 수준으로, 5년 연속 감소

연도별 상반기 비아파트 착공 추이는 감소세의 기울기를 잘 보여준다. 2021년 6만9274가구에서 출발한 착공 물량은 2022년 4만8690가구로 약 30% 줄었고, 2023년에는 2만3129가구로 전년 대비 절반 넘게 떨어졌다. 이후 2024년 1만7366가구, 2025년 1만5749가구에 이어 올해 상반기 1만4773가구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감소했다. 올해 착공 물량은 2021년의 21.3%에 불과하다.

연도(상반기) 착공(가구) 전년 동기 대비
2021년 6만9274 기준
2022년 4만8690 -29.7%
2023년 2만3129 -52.5%
2024년 1만7366 -24.9%
2025년 1만5749 -9.3%
2026년 1만4773 -6.2%

인허가는 늘었는데,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하다

역설적인 흐름이 있다. 올해 상반기 비아파트 인허가는 1만6887가구로 전년 동기보다 4.6% 증가했다. 법적으로 지을 수 있도록 허가받은 물량은 늘었지만, 실제 공사에 들어간 물량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인허가에서 착공, 준공으로 이어지기까지 통상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 구조상, 단기간에 공급이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허가와 착공의 이 같은 괴리는 비아파트 민간 공급 생태계에 이상 신호가 켜졌다는 것으로 읽힌다. 허가는 받았지만 실제로 삽을 뜨지 못하는 상황이 구조적으로 고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아파트가 ‘주거 사다리’로 불리는 이유

비아파트는 단독·다가구, 연립·다세대 등 아파트 외 주택을 통칭한다. 정부의 공급 대책에는 도시형생활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도 포함된다. 아파트보다 공사 기간이 1~2년 짧고, 도심 내 소규모 부지를 활용할 수 있어 단기 주택 공급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서민과 청년층이 아파트 입주 전 단계에서 거쳐 가는 ‘주거 사다리’로서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를 받아온 배경이다.

비아파트 착공이 급감한다는 것은 이 주거 사다리의 하단 칸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심 내 임대 수요는 줄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 절벽이 심화될 경우 중저가 주거 시장의 가격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PF 경색: 첫삽을 막는 구조적 장벽

착공 급감의 직접 원인으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위축이 꼽힌다. 비아파트 사업자는 토지 매입비와 공사비의 상당 부분을 PF 대출에 의존하는 구조다. 전세사기 파문 이후 빌라·연립 매매 수요가 줄고 미분양·미매각 위험이 커지면서, 금융회사들의 신규 대출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졌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 자금 조달 자체가 막히면서 착공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PF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미래 수익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비아파트 시장의 경우 분양·매각 전망이 불확실해질수록 PF 조달 비용이 오르거나 대출이 아예 막히는 구조여서, 매매 수요 위축이 공급 감소로 직결된다는 특성이 있다.

LTV 0%와 사업자 대출 규제, 임대사업자도 직격

주택 매매·임대사업자 대출 규제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는 주택을 담보로 받는 주택 매매·임대사업자 대출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0%가 적용된다. 신축 주택을 담보로 처음 받는 사업자 대출 등 일부 예외가 있지만, 기존 주택을 매입해 사업 부지를 확보하거나 준공된 비아파트를 사들이려는 임대사업자의 자금 조달은 사실상 막혀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아파트보다 임대사업자의 매입 비중이 큰 비아파트 시장의 특성을 든다. 매입 수요가 위축되면 신규 사업도 연쇄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구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LH 신축 매입약정 대상이 되면 건설자금 조달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매입약정 신청이 어려운 영세 사업자의 소규모 빌라는 수요와 공급이 모두 막혀 있다”고 말했다.

정부 대응: 건축 규제 완화와 매입임대 9만 가구

정부는 민간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의 가구 수·층수 제한을 완화하고 일조권 등 건축 규제를 개선했다. 올해와 내년 수도권에서 매입임대주택 9만 가구를 공급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공공이 민간에서 지은 주택을 직접 매입하거나 착공 전 매입약정을 체결한 뒤 완공된 주택을 사들여 임대하는 방식이다. 국토교통부는 임대사업자 유형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지원이 영세 사업자까지 미치지 못한다는 한계도 지목된다. LH 신축 매입약정 신청이 어려운 소규모 빌라 사업자는 공공 지원 범위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 진단: 건축 규제만 풀어선 역부족

건축 규제 완화만으로는 비아파트 공급과 주거 사다리 기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과 1가구 1주택 중심의 정책, 다주택자 규제 강화가 겹치면서 민간 임대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정책을 함께 개선하지 않으면 비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기 어렵다”면서 “대출 규제도 사업성과 공급 효과를 따져 선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PF와 사업자 대출 등 건설·매입 금융을 개선하고 세제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업계에서 이어진다. 다주택자 규제로 민간 임대사업자의 매입 수요가 줄어든 만큼, 수요 측면의 제도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공급 확대가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올해 상반기 비아파트 착공은 2021년 대비 78.7% 감소한 1만4773가구. 인허가는 4.6% 늘었지만 PF 경색과 대출 규제에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

단기 회복 전망은 제한적

인허가에서 착공·준공까지 이어지는 데 통상 일정 시간이 걸리는 구조적 특성을 고려하면, 착공 지표의 빠른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입임대 9만 가구 공급 계획이 있지만, 영세 사업자의 소규모 빌라는 이 혜택 범위에서 비켜나 있는 경우가 많다. 건설금융과 대출 규제, 세제가 패키지로 손질되지 않는 한 비아파트 착공의 구조적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출처: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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